주주총회를 앞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행동주의펀드가 내세운 상근감사가 선임될 것으로 보이자 에스엠 측은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추가했다. 주주제안이 들어와도 방어할 수 있도록 주주명부 폐쇄일을 변경하는 한편 유상증자 한도를 늘려 백기사 확보 여력을 높이도록 정관을 변경하겠단 것이다. 시장에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에스엠 측의 행위를 둘러싸고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건 정관변경 안건이다. 먼저 에스엠은 주주명부 폐쇄일을 12월 31일에서 주총 2주 전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안건을 추가했다. 또 제3자배정 유상증자 한도를 현재 발행주식 총수의 30%에서 50%로 상향하는 안건도 냈다. 시장에선 이를 경영권 방어를 위한 행위라 본다. 현행법상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해야만 효력이 있다. 이 상황에서 주주명부 폐쇄일이 주총 2주전으로 변경되면 주주제안이 접수되고 명부가 폐쇄되기 전까지 4주 동안 회사 측은 우호지분 확보에 나설 시간이 확보된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백기사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의아한 건 현재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매각 협상이 진행중이란 점이다. 지분이 매각 되면 통상 인수자 측에서 이사진을 새로 꾸리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차원의 정관변경이 필요없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당장 회사가 매각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보이고 경영권 방어 관련 정관 변경은 이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며 "에스엠 측에서는 주주행동 때문에 M&A의 동력을 잃었다고 핑계대기도 쉽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인수합병(M&A)을 앞둔 에스엠이 사세를 키우기 위해선 추가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브가 상장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저스틴비버의 이타카홀딩스를 1조394억원에 매수했듯, 에스엠도 글로벌 아티스트 영입을 위해선 유증 등의 수단이 필요하단 것이다. 그러나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한 펀드매니저는 "M&A 실탄이 필요한 것이라면 주주배정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활용하면 된다"며 "특정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제3자배정을 택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에스엠이 주총 소집공고를 다시 내면서 주총을 2주 앞두고 얼라인 측은 의결권을 처음부터 다시 모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 에스엠은 소액주주 자택을 방문해 소속가수 사인CD를 내걸고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총을 앞두고 사상 최초 배당(주당 200원)도 결의했다. 오랜 기간 에스엠에 투자했던 정광우 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매니저는 "3년 전 KB자산운용의 배당 확대 요구도 공개적으로 무시한 에스엠이 배당에 나섰다는 건 그만큼 급하단 얘기"라며 "상장을 통해 성장의 밑거름을 마련한 회사가 이제와선 밑바닥을 보여주면서까지 주주를 무시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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