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옵틱스는 국내 최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레이저 커팅 장비업체다. 디스플레이 기판을 OLED 화면 크기에 맞게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단위로 정밀하게 자르고 다듬는 기능을 하는 장비를 만든다. 시장 점유율 60%로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드는 갤럭시 스마트폰·탭(S8 울트라)·워치용 화면(OLED패널) 대부분이 이 회사 장비를 거쳐 제조된다.
필옵틱스는 이 같은 경쟁력을 밑천 삼아 지난해 전기차용 2차전지 장비업체로 변신에 성공했다. 한기수 필옵틱스 대표는 “2020년 20%였던 2차전지용 장비사업 매출 비중이 지난해 70%로 확 늘었다”며 “올해도 2차전지 장비가 전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필옵틱스의 기술력은 스마트폰 시장 세계 1위인 삼성전자 제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공급하는 OLED 패널 물량을 감안하면 아이폰 역시 2대 중 1대가 이 회사 장비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평가다. 삼성과 애플을 넘어 지금은 중국 시장으로 매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세계 최대 LCD 업체인 중국 BOE를 비롯해 GVO, 티안마 등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핵심 장비를 두 곳 이상의 협력사에서 조달하는 편이다. 문제가 생길 경우 전체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개발부터 양산까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온 필옵틱스의 레이저 커팅 장비만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장비는 2018년 삼성SDI와 공동 개발한 ‘레이저 스태킹 장비’다.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아 올리는 기능을 한다. 2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올리고 제조 단가를 크게 낮춰준다는 평가다. BMW 등 전기차에 장착되는 삼성SDI 배터리는 대부분 이 장비를 거쳐 만들어진다. 한 대표는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SDI가 헝가리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올해 실적도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이 작년 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필옵틱스는 새 먹거리로 반도체 장비도 육성하고 있다.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을 때 필요한 레이저 장비, 별도의 마스크(가림판) 없이 기판에 직접 회로를 그려 넣는 다이렉트이미징(DI) 노광기 등이 그것이다. 굴지의 반도체업체에 연내 공급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 “장차 반도체 매출 비중을 40%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202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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