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원전 부활' 가속…전력 비중 25%로 확대

입력 2022-03-22 16:53   수정 2022-03-23 00:5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영국 정부가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언한 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 투자 확대에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민간 원자력기업 대표들과 만나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을 최소 25%까지 확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에너지 구성에 중대한 변화를 알렸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전력의 16%를 원전으로 얻고 있다. 현재 가동하는 원자로 중 일부는 사용 연한이 곧 끝나 폐쇄해야 한다. 올 1월 영국은 스코틀랜드의 헌터스톤B 원자로를 폐쇄했다. 오는 7월엔 서머싯에 있는 힝클리포인트B 원자로가 가동을 멈춘다. 2024년에도 원전 두 곳의 문을 닫아야 한다. 이들 원전까지 가동이 중단되면 영국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4기가와트(GW)까지 내려간다. 원자력업계 등에선 영국 원전의 전력 생산량이 2030년 15GW, 2050년 30GW까지 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원전 전력 생산량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95년 12.5GW였다.

폐쇄 예정인 원전에서 생산하던 전력량을 메우며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선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이날 회의에는 영국 롤스로이스, 프랑스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원전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존슨 총리는 이들과 함께 원자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원전 건설 프로젝트 속도를 높이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영국 정부는 롤스로이스가 개발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남동부에 있는 시즈웰B 원자로 가동 연한을 2055년까지 20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원자로인 시즈웰C도 건설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부터 보급까지 빠른 속도로 이뤄진 것처럼 신규 원전 건설 절차도 초고속(warp speed)으로 진행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원자로 한 기에 최대 200억파운드(약 32조원)가 필요하다. 영국 정부는 수년간 원전 건설에 연금과 보험사 투자를 유치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보험사와 연금 운용사들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렸다. 영국 정부는 이들의 심리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맥쿼리, 아비바 등 연금·보험회사들도 참석한 이유다.

존슨 총리는 이달 에너지 안보 전략을 발표한다. 앞서 해상 석유·가스 사업자들을 만나 북해 에너지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풍력발전업계와도 회동할 예정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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