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주는 작년 말부터 올초까지 내리막을 걸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리오프닝 기대가 사그라든 영향이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갑작스러운 조기 긴축 예고도 성장주로 분류되는 엔터주 주가에는 부정적이었다. 하이브는 한때 작년 고점 대비 40% 넘게 하락했고 나머지 엔터주 주가도 30%가량 조정받았다.
엔터주는 지난달 초부터 반등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 기대치를 웃돈 실적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1% 증가한 163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자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7.7%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앞서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도 작년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엔터사의 수익 구조가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요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이 100만 장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팬데믹(대유행)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는 분석이다. 이한영 디에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과거 엔터사 실적은 공연 매출에 따라 변동성이 매우 컸지만 최근에는 음원과 음반 매출이 증가하면서 기초체력이 탄탄해졌다”고 설명했다.
올초 악재로 작용한 리오프닝 지연 문제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BTS는 2년 반 만에 지난 10일과 12~13일 국내 오프라인 콘서트를 열었다. BTS를 비롯해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은 올해 미국과 일본에서 콘서트를 할 계획이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콘서트는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열린다”며 “오프라인 티켓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연 티켓, 유료 팬클럽, 기획상품(MD) 등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엔터사의 지식재산권(IP)과 메타버스 관련 신사업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과거 홍보 수단으로만 쓰이던 유튜브가 엔터사의 주요 수입원으로 떠오른 것처럼 장기적으로 신사업이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이브는 두나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을 시작한다. 올 1분기 웹툰·웹소설 콘텐츠 제작에 나섰고, 2분기에는 게임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다른 엔터사들도 메타버스와 IP 관련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NFT 테마 열풍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줄었다. 하이브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3.3배다. 지난해 11월 말(57.2배)보다 낮아졌다. 이 본부장은 “최근 주가 급등으로 단기간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엔터 4사 내에서 덜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순환매가 돌며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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