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 제일기획 등 국내 선두 종합광고대행사들이 최근 디지털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상·증강현실 디지털 기업을 인수하고 메타버스·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기를 광고주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전통사업 모델에서 탈피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노션이 이번 인수로 노리는 것은 광고뿐 아니라 콘텐츠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다. 시각특수효과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최신 디지털 콘텐츠에 모두 활용된다. 이노션 관계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뉴미디어 등 콘텐츠 사업 전 영역에서 기술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향후 스튜디오레논을 버추얼 휴먼과 NFT, 메타버스 전문업체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광고계에는 디지털 신사업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이노션은 메타버스와 애드테크 관련 기업의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이다. 이용우 이노션 대표는 “시각특수 전문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며 스튜디오레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추가 인수합병(M&A)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제일기획도 디지털 전환에 잰걸음이다.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는 지난 1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전 사업영역에서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일기획은 NFT와 블록체인 등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채용 중이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제일기획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 삼성전자가 선보인 ‘마이하우스’ 등 (광고주를 위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늘리고 있어 신성장 엔진 차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주요 광고기획사가 최근 들어 디지털에 사활을 거는 것은 광고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업모델의 한계 때문이다. 광고주에 의존하는 매출은 보통 안정적이지만 경기에는 민감하고 성장세는 더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냈음에도 제일기획 주가가 10년째 1만~2만원대 횡보세에 머문 것도 이 때문이다. 2020년 7만원을 웃돌았던 이노션 주가도 4만원대를 맴돌고 있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업 다각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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