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응급실 올 일이냐"…고관절 '괴사'인데 진료 묵살한 軍

입력 2022-03-23 11:09   수정 2022-03-23 12:33


하반신 통증을 호소하던 공군 훈련병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고관절 괴사 소견을 받아 의병 전역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YTN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공군에 입대한 홍 모(22) 씨는 훈련 2주 차 때 발목을 접질리면서 오른쪽 허벅지와 골반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공군 교육사령부 기지 병원을 찾았지만, '근육이 놀란 것 같다'는 진단과 함께 진통소염제와 근육이완제를 처방받았다.

홍 씨는 다리가 올라가지 않는 증상까지 생겨 기지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당시 홍 씨는 엑스레이(X-ray) 촬영을 요청했지만, 군의관은 "엑스레이 촬영은 힘들 것 같다"며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4주 차 행군까지 마친 홍 씨는 통증이 급격히 심해져 응급실을 찾았지만, 당시 군의관은 다리를 몇 번 움직여보더니 "이게 응급진료로 올 일이냐?"고 되레 윽박질렀다는 게 홍 씨의 주장이다.

홍 씨 주장에 따르면 군의관은 "네가 밖에 있었으면 이런 거 가지고 민간 병원 응급실에 가느냐"고 폭언했다. 홍 씨는 "의사가 그렇게 얘기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는데, 속상하고 놀랐다"고 했다.

후반기 교육까지 마치고 공군 8전투비행단에 배치된 홍 씨는 증상이 생긴 지 약 두 달 만인 같은 해 6월 국군춘천병원에서 CT와 MRI 촬영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홍 씨는 '고관절 스트레스 골절' 및 '무혈성 괴사' 소견을 받아 인공관절 치환 수술을 받게 됐다.

홍 씨의 아버지는 "우리 자식은 장애인이 됐는데, 훈련소대장, 교육사령관, 사과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홍 씨는 수술 뒤 민간 병원과 국군수도병원을 오가다 결국 심신장애등급 5급을 판정받고 입대 7개월 만에 의병 전역했다. 공군은 담당 군의관 3명과 훈련소대장 1명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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