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재산세?종부세 과표 산정에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보유세 부담을 동결하기로 했다. 보유세는 동결됐지만,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을 거듭하면서 차후 세금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3일 17.22% 인상된 '2022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이 인상되면 이와 연동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부담도 늘어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부세, 건보료, 복지제도, 사용료?부담금 산정 등 67개 제도에 영향을 준다.
이에 정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피부양 자격 등에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적용해 충격을 덜기로 했다. 과표를 동결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급등을 막고, 이에 연동된 건강보험료 산정 과표와 피부양 자격도 전년 수준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납세 여력이 부족한 고령자를 위해서는 종합부동산세 납부유예 제도를 마련했다. △만 60세 이상 △1주택자 △총급여 7000만원(종합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 △세액 100만원 초과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납세 담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종부세 납부를 양도?증여?상속 등 시점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건강보험료 재산공제액도 재산 규모 관계없이 5000만원 일괄 공제로 확대하고 피부양자격 탈락자에 대해서는 신규 보험료 감면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보유세 부담 완화 조치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19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한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공시가격이 대폭 상승한 만큼 이번 조치는 세 부담을 일시적으로 유예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일시적 조치라는 한계가 있다. 특히 고령자 납부유예의 경우 유예기간만큼의 가산세를 포함한 징수가 미래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내년과 내후년 과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후 과표 적용이 정상화되면 되레 혼선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 책임연구원은 "일시적인 세금 완화보다 '전국 평균 17.22%'라는 공시가격 변동률이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인상된다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시장에 큰 변동이 없음을 전제로 공시가격을 2030년 시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매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세 부담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일시적인 세금 완화에 나선 배경을 두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공시가격 현실화 등 집값 급등 요인을 그대로 두면서 일회성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단기적으로 세 부담을 완화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당정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에도 '보유세 동결' 카드를 꺼낸 바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보유세 부담 완화 조치에 다주택자가 배제됐다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실장은 "이번 발표에 세부담상한선의 한도 비율 완화나 공정 시장가격 비율 조정 등의 방안은 빠졌다"며 "종부세 세 부담 상한 적용이 폐지된 법인 보유주택에 대한 세 부담 완화안도 소외된 상태라 주택매입임대사업자나 관련 법인기업에게는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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