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세베르스탈이 미국 씨티그룹 계좌에 달러화 채권 이자 1260만달러(약 152억6870만원)를 이체했지만 채권 보유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세베르스탈은 “자금이 있는데도 (금융 제재 탓에) 채권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세베르스탈이 최종적으로 이자 지급에 실패하면 법적인 부도 상태를 맞는다. 이자 지급 만기일에서 5영업일의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날은 23일이다. WSJ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서방 국가들이 금융 제재를 가한 뒤 발생하는 첫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주요 기업 중에선 6년 만의 디폴트라고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전했다.
세베르스탈이 디폴트를 피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서방 제재 가운데 채무 상환은 허용한다’는 예외가 인정될 경우다. 러시아 정부도 최근 이 같은 예외 조항 덕에 외국 채권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고 1차 디폴트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세베르스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회장이 소유한 기업이다. 모르다쇼프는 유럽연합(EU)의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최근 이탈리아 당국은 그가 소유한 지중해 사르디니아섬의 주택단지를 압류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전날 2029년 만기인 국채 이자 6600만달러를 JP모간에 지급하며 두 번째 디폴트 위기를 넘겼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고비가 끝난 건 아니다. 러시아는 오는 28일(1억200만달러)과 31일(4억4700만달러)에도 국채 이자를 갚아야 한다. 다음달 4일에는 20억달러 규모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경제 제재는 현재진행형이다. 프랑스 종합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는 이날 “늦어도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액화천연가스(LNG) 신규 프로젝트인 ‘북극 LNG 2’에 대한 투자도 중단한다.
토탈에너지스는 원유 및 가스 생산량의 17%(2020년 기준)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회사 측은 “유럽에 러시아를 대체할 원유 공급원이 있다”며 “러시아에서의 활동을 점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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