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쩜삼, 출시 2년 만에 1000만명 가입... "받을 건 받아야지"

입력 2022-03-28 14:50   수정 2022-03-28 19:45

이 기사는 03월 28일 14: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제가 연쇄 창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단 한 순간도 고민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달 라이더부터 쿠팡맨, 편의점 아르바이트, 웹툰 작가까지…. 'N잡러'는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다만 대다수의 N잡러들은 이 과정에서 낸 3.3%의 원천징수세를 제대로 환급받지 못했다. 세무사를 고용하기엔 너무 소액이라서, 환급이 가능한지 알 수 없어서, 신고 방법이 어려워서 등 이유도 다양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스타트업이 있다. 세급 신고·환급 앱 '삼쩜삼'(3.3)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주인공이다. 삼쩜삼은 2020년 5월 출시된 이후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달 기준 900만 명에 달한다. 내달 100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출시 2년 만에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국민 앱'이 된 셈이다. 이용자에게 돌려준 환급액도 2000억원을 넘어섰다. 1인당 평균 15만원을 돌려받았다. 2020년 36억원 수준이던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3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잔고 늘려주는 핀테크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사진)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금융 거래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일반적인 핀테크와는 달리 삼쩜삼은 고객들의 실제 통장 잔고를 늘려주는 데서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문을 연 자비스앤빌런즈는 인공지능(AI) 경리 서비스 '자비스'와 세금 신고·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배우 유아인이 "받을 건 받아야지"라는 카피를 통해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삼쩜삼은 앱 내에서 클릭 몇 번으로 종합소득세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사명은 영화 '아이언맨' 속 AI 비서 자비스처럼 똑똑한 서비스에서 착안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악당들(빌런즈)을 상징하기도 한다. 회사는 최근 대형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 기업가치를 3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1년 새 몸값이 10배 불어났다.

김 대표는 삼쩜삼이 세금 역사에서 하나의 발자취를 남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치마킹한 회사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인튜이트다. 시가총액 160조원인 인튜이트는 삼쩜삼과 비슷한 세금 환급 솔루션 '터보텍스'를 내놨는데, 미국 국세청(IRS)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그는 "인튜이트는 세무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회사"라며 "삼쩜삼 역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이 그 전으로는 절대 돌아가지 못하는 일종의 '마일스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멤버 세운 스타 창업자
김 대표는 스타트업계에선 '스타' 창업자로 통한다. 2012년 명함 앱 '리멤버' 운영사인 드라마앤컴퍼니를 세운 뒤 2018년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한 경험이 있어서다. 그 전엔 위젯 스타트업인 위자드웍스에 몸담기도 하고, 컴퍼니빌더인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기도 했다.

처음부터 창업가를 꿈 꾼 건 아니었다.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헬리콥터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영수증 처리와 같은 '허드렛일'이 주업무가 될 때가 많았다. 방황하던 차에 KT에 입사했다. 거기서 일종의 투자 심사역을 맡아 스타트업계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대기업 조직보다 스타트업 문화가 내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며 "이 때 내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스타트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불현듯 대학원생 시절의 '영수증 처리'가 떠올랐다. 스타트업 대표가 돼도 세무사가 건네주는 책자에 일일이 손으로 영수증을 붙여아한다는 사실이 "한심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런 일을 정보기술(IT) 분야로 가져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인력을 고용해 영수증 정보를 입력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자비스앤빌런즈가 출발하는 순간이었다.
집요한 고민의 흔적
마냥 탄탄대로만 걸은 건 아니었다. 소위 '사내 정치'로 직원들이 우르르 퇴사할 때도 있었다. 40명이던 직원이 9명까지 줄기도 했다. 김 대표는 "거의 일주일에 한 명씩 메신저로 '대표님 차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라는 연락이 왔다"며 "그럴 때면 '아, 또 관두려나 보네'라며 씁쓸한 기분을 삼켜야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위기를 새로운 아이템으로 돌파했다. 새 서비스 기획을 위해 아침마다 몇 시간씩 일찍 출근해 헤드셋을 낀 채 고민에 빠지곤 했다. 처음엔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손쉽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게 해주는 '돈받자'라는 서비스를 내놨다. 그런데 가입자 중에 주부와 프리랜서가 많다는 게 눈에 띄었다. 그는 "설문조사로 가입 이유를 물어보니 '그냥 서비스 이름이 돈받자길래 돈을 주는 줄 알았다'는 응답이 많더라"며 "잔고를 실제로 늘려주는 서비스를 출시하면 대박이 나겠다고 판단했고 삼쩜삼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언제나 한 걸음 더 나아간 고민을 했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그는 "리멤버 시절에 명함 입력을 인공지능(AI)이 아닌 사람에게 맡기면서 오히려 경쟁사보다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고 재택근무 인력까지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며 "보통 사람들은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 지점에서 고민이 끝나버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삼쩜삼 역시 세금을 환급해주자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어떻게' 돌려줘야 번거로웠던 기존 세금 신고방식보다 효율적일지를 계속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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