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특징은 중저가 주택이 많은 시·도의 상승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선 인천이 전국 최고 수준인 29.33% 급등했고, 충북·강원·제주 등도 지난해 대비 상승폭을 크게 키웠다. 집값이 서울 강남 등에서 외곽지역으로 순차적으로 급등한 여파가 공시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공시가는 부동산 세금을 포함해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목적으로 활용된다. 세 부담 완화 대상이 아닌 다주택자 등은 올해 크게 상승한 공시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는 얘기다.
인천은 29.33% 올라 지난해 상승률(13.60%)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도 23.20% 오르며 작년(23.94%)에 이어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갔다. 인천과 경기는 전국 17개 시·도를 통틀어 공시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 1, 2위를 차지했다.
GTX발(發) 집값 상승이 공시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의 공동주택 매매가는 22.56%, 경기는 20.76% 올랐다. 전국에서 상승률 1, 2위다. GTX-B노선이 연결되는 송도신도시가 있는 연수구의 아파트값은 33.11% 뛰었고, GTX-C노선 추가역 신설 소식이 전해진 의왕시 역시 38.56% 급등했다.
서울의 올해 공시가 상승률은 14.22%로 지난해(19.89%)에 비해 상승폭이 5.67%포인트 감소했다. 집값 상승 피로감이 누적되며 상승세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지역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도봉구와 노원구가 각각 20.66%, 20.17%로 나란히 2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용산구(18.98%), 동작구(16.38%), 강서구(16.32%), 중랑구(15.44%) 등의 순이었다. 강남과 도심권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자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등으로 몰린 영향이다.
강남권도 서울 평균 수준의 상승세가 계속됐다. 강남구(14.82%), 서초구(13.32%), 송파구(14.44%) 등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강남 등지 고가 주택의 상승세가 상당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면적 235.3㎡는 올해 공시가가 5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4.2%,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전용 82.6㎡)는 22억6600만원으로 22.1% 오른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5㎡는 13억8200만원으로 9.4% 상승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은 “정부의 세 부담 완화 방안이 1가구 1주택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강남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상당히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에선 강원, 제주 등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됐던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70% 넘게 급등한 세종시가 하락 전환하는 등 지역별 온도차가 극명했다. 지방권에서 가장 공시가가 많이 오른 곳은 충북(14.20%→19.50%)이었다. 직주근접 매력이 커지면서 천안 등의 집값이 많이 오른 영향이다. 강원(5.18%→17.20%), 충남(9.23%→15.34%), 전북(7.41%→10.58%), 경북(6.28%→12.22%) 등 지방 주요 지역이 상승폭을 크게 키웠다. 2021년 1.73% 상승하는 데 그쳤던 제주도는 올해 14.57% 오르며 전년 대비 8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공시가가 70.24% 급등했던 세종은 올해 4.57% 내렸다. 전국에서 공시가가 하락한 곳은 세종이 유일하다. 입주가 많았던 데다 국회 이전 호재 등을 노렸던 가수요가 빠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광역시에선 부산이 18.31% 오르며 지난해(19.55%)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대구는 10.17%로 지난해(13.13%)보다 상승폭을 줄였다.
이날 발표된 공시가격은 20일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4월 29일 결정·공시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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