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링글 공동대표(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은 거창한 게 아니라 나와 주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란 것을 실리콘밸리에서 배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링글은 하버드, 스탠퍼드 등 미국 명문대 학생들이 1 대 1로 고객들에게 고급 영어를 가르치는 ‘화상 교육’ 전문 스타트업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인 이 공동대표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동기인 이성파 공동대표와 의기투합해 2015년 한국에서 창업했다. 현재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상주하며 서비스 개선 전략과 튜터 채용 등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BCG 퇴사 후 스탠퍼드 MBA 입학 전까지 8개월가량 데브시스터즈란 게임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이때 658쪽 분량의 ‘실리콘밸리 벤치마크 보고서’를 집필하며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영어 교육 전문 스타트업을 창업한 계기는 ‘문제 해결 과정’이란 그의 창업에 대한 인식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MBA 재학 시절 ‘영어는 나의 문제인데, 나의 문제에 도전해보자’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다”며 “전 직장 후배들과 스탠퍼드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사업 전략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엔 쉽지 않았다. ‘해외 MBA 출신은 금방 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으로 옮길 것’이란 선입견에 엔지니어 등 직원 모집조차 쉽지 않았다. 마케팅비를 아끼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유료 결제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며 링글의 서비스를 자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 공동대표는 “2019년까지 1000명 넘는 고객을 만나 서비스 관련 의견을 듣고 마케팅 활동을 했다”며 “진심이 통했는지 ‘콘텐츠와 서비스가 훌륭하다’는 입소문이 났고 고객이 매년 2~3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힘든 상황도 피하지 않았다. 창업 초기 투자금을 모집할 때 ‘일부러’ 적은 금액을 정해놨다고 했다. 회사에 돈이 많으면 스타트업과 어울리지 않는 소비를 하게 된다는 경계심 때문이다. 그는 “돈이 있으면 돈을 쓰지만 돈이 없으면 ‘머리’를 쓰게 된다”며 “조금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끝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집중하다 보니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는 링글이 ‘본격적인 도약’을 시도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고객 분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10대 대상 영어 교육 서비스를 미국에서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연구연가’를 맞은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를 초빙했다. 10대 대상 강의는 현재 20명 대상으로 진행 중인데,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다. 목표는 링글을 구글, 아마존같이 ‘영속할 수 있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수정예 글로벌 기업’이 최종 목표”라며 “한국 청년들이 글로벌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터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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