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디 맥주·박재범 소주까지…'술판'에 뛰어는 연예인들, 왜?

입력 2022-03-23 21:00   수정 2022-03-23 22:14

“같이 노래 들으면서 맥주 한 캔 하실래요?”

맥주를 마시며 스마트폰으로 캔의 QR코드를 찍자 래퍼 쌈디(사이먼도미닉)가 말을 걸어 온다.

이어 쌈디는 “내가 맥주 마시면서 듣기 좋은 노래 3곡 틀어 줄게요”라고 말한다. 혼술을 하던 공간은 쌈디의 작업실이 된다. 편의점에서 1만1000원을 내면 에일 맥주 4캔과 쌈디가 추천하는 노래 3곡을 살 수 있다. 제주맥주에서 내놓은 ‘AOMG 아워 에일’ 상품이다. AOMG는 쌈디가 대표로 있는 힙합 레이블이다.

이처럼 최근 주류업계는 인기가수들과 협업한 맥주·소주 등을 내놓고 있다. 주로 트렌드한 이미지를 선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랩퍼나 힙합 가수들이 대부분. ‘힙(Hip)한’ 이미지를 내세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힙합 레이블 AOMG와 함께 AOMG 아워 에일을 출시했다. 아워 에일은 제주 보리와 영귤꽃향을 사용한 시트러스향이 감도는 제품(500㎖·캔)이다. AOMG 아워 에일은 편의점 CU에서 단독 출시돼 지난 17일부터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QR코드를 통해 디지털로 구현된 인기가수의 개인적 공간에 방문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선 가수들이 추천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는데 첫번째 아티스트로 쌈디를 선정했다. 맥주를 구매해 쌈디의 작업실로 알려진 '다크룸'에 입장하면 △쌈디의 사이먼도미닉 △사이먼 도미닉의 씻겨줘 △이하이의 달링(Darling) 등을 들을 수 있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쌈디의 음성과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댓글을 남기는 등 함께 맥주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오감’(五感)을 자극해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공감각적 체험 마케팅’을 구사하는 셈이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소비자들이 맥주가 주는 공감각적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같은 마케팅으로 성공을 이끌어낸 사례가 바로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다. 박재범은 최근 주류 전문 스타트업 ‘원스피리츠’를 설립해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 원소주를 내놨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에는 3만명이 찾았다. 한 병에 1만4900만원짜리 고가의 소주지만 관심이 쏠렸다. 박재범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소식이 알려져서다.

팝업스토어 오픈 첫날에만 1만병이 팔렸다. 이어 초기 생산 물량인 2만병은 한 주 만에 모두 판매됐다. 일시에 소비자가 몰리자 업체 측에선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네 병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후 원스피리츠에선 서울 신사동 나이스웨더 마켓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원스피리츠는 이곳에서 매일 오후 6~9시 디제잉 공연을 벌이며 원소주와 굿즈를 판매했다. 원소주를 구입한 고객들은 제품 후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경험담을 공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1차원적 사전 체험 마케팅의 효력이 MZ세대에겐 제한적이다. 주류업체들도 고객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오감으로 느끼고 참여를 끌어내 마음을 열게 하는 마케팅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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