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7년 차에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연 배우 윤여정이 이혼 후 힘들었던 지난 날을 고백했다.
윤여정은 지난 2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아시아 배우 최초로 미국 영화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윤여정.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이후로도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데뷔 57년 차에 전 세계인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그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1970년대 초 잘나가는 배우였던 그는 가수 조영남과 결혼하며 연기를 접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결혼 13년 만에 조영남의 외도로 이혼했고, 아들 2명을 홀로 키우게 됐다.
영어도 익숙하지 않았던 그에게 미국살이는 결코 쉽지 않았다. 1975년부터 1984년까지 동네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미국에 거주한 그는 드라마를 보며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한다.
윤여정은 "그때는 외국 공항 이민국에 여권을 내면 탁 던진다. 한국을 모르겠다는 거다. 그때부터 가슴이 벌렁벌렁 뛰면서 혹시 입국 못 하게 될까 봐 땀이 나더라. 그런 꼴을 다 당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한국으로 돌아온 시기는 1985년, 40대 때였다. 윤여정은 단역부터 맡으며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당시를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회상한 윤여정은 "미국을 돌아가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다.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었다. 일이 필요하니 단역도 다 했다. 예전엔 다 세트장에서 연기했었는데, 길바닥에서 연기하려니 좀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는 "미국으로 다시 갈까 고민했는데 난 타이핑도 못 하고 영어도 못 한다. 미국 동네 마트에서 임금 시간당 2.75달러 캐셔라도 할까 싶었다. 그런데 김수현 작가가 미쳤냐고 하더라. 재주가 있으니 배우를 다시 하라고 붙잡더라. 하지만 자기 작품은 안 된다고 했다. 뒷말이 나올 걸 알았기 때문에 내 힘으로 명성을 찾아야 한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아무도 안 써줘서 맹세를 깨고 나를 자기 작품에 불러줬다. 부담이 컸지만 어떻게 하겠냐, 돈을 벌어야 하니 했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배우 생활로 얻고 잃은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냥 허명이다. 유명해졌다는 게 이유 없이 치켜세워졌다가 또 이유 없이 매도 당하지 않냐. 진짜 거품 같은 거다. 그 거품을 얻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잃은 건 없을 거다. 난 연기를 일로 했기 때문이다. 후회도 없고 잃은 것도 없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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