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릴 전망이다. 유럽을 순방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협상을 통해 최종안이 확정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5일 LNG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EU는 두 번의 겨울 동안 미국산 LNG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협상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25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비롯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러시아 제재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이 유럽에 LNG 공급을 늘리는 것은 러시아의 힘을 빼기 위해서다. 유럽은 천연가스 사용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언제든 ‘자원 무기화’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미국산 LNG 공급 확대도 유럽 측이 미국에 요청한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럽의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는 게 우선 과제”라며 “미국이 유럽에 공급하는 LNG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U 정상들이 이번 회의에서 천연가스 공동구매에 합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정상회의 초안에는 ‘내년 겨울을 목표로 천연가스 LNG 수소 공동구매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U 정상들이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를 꺼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독일 헝가리 등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금수 조치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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