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퍼지는 긴 머리카락과 드레스 자락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 공간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푸른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인어의 모습도 떠오른다. 만화나 꿈속의 비현실적인 세계에 있는 기분이다. 물속에서 촬영하는 수중 프로필이다.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물속에서 이색 프로필을 촬영하는 일반인도 늘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수중 촬영 전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최세영 아쿠아루체 대표는 “3년 새 수중 촬영 수요가 7배 증가했다”며 “예전에는 아이돌 뮤직비디오, 잡지를 위한 콘셉트 화보 촬영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본인의 모습을 남기려는 일반인들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수중 촬영의 가장 큰 매력은 무중력 연출이다. 물속에 들어가면 마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처럼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움직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날아가거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움직임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했다.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귀멸의 칼날’과 같은 애니메이션 콘셉트도 소화해낼 수 있다. 시간당 30만~40만원의 적지 않은 촬영비에도 수중 촬영 스튜디오를 찾는 이유다.
수중 촬영은 수심 2m, 너비 3m에 달하는 대형 수조에서 진행한다. 한 번에 들어가는 물 양만 해도 1인 가구가 1년간 쓰는 양인 15t에 달한다. 머리 끝까지 잠기는 물속에서 1~2시간 지속되는 촬영은 모델 입장에서도 쉽지 않다. 물에 대한 공포심을 이기는 게 먼저다. 물속에서 옷자락을 손보며 편안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10~20초가량 숨을 참아 잠수한 뒤 수면을 향해 도약하는 순간에 맞춰 촬영한다. 적당한 수심에서 물에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중성 부력’ 상태를 유지해 촬영하기도 한다.
‘수면 촬영’으로 몸의 라인을 더욱 강조하는 보디프로필을 남길 수도 있다. 수심 10~20㎝의 얕은 물을 채운 수조에 누운 채 위에서 촬영하는 방식이다. 신체 일부분이 물에 잠기기 때문에 몸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보이고, 물과 피부의 색깔을 대비시켜 몸의 라인을 강조할 수도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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