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 마네킹들 하나같이 우월한 보디…왜 우리 닮은 몸은 없나

입력 2022-03-24 16:57   수정 2022-03-25 02:07


흔히 우리가 옷가게를 지나치다 볼 수 있는 마네킹은 ‘우월한 스펙’을 지녔다. 남성용은 키 190㎝, 허리둘레 28인치이고 여성용은 신장 184㎝, 허리둘레 24인치다. 마네킹에 걸쳐진 옷은 제법 맵시가 있어 보여 샀는데, 내 몸에 대니 영 어울리지 않는다. 내 몸과 비슷한 마네킹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몸과 유사한 ‘차별 없는 마네킹’을 만든 것이 치도 씨(박이슬·28·사진)다. 마네킹의 키는 남성 172.8㎝, 여성 160.9㎝다. 허리둘레는 기존 마네킹보다 남성은 2.3인치 큰 30.3인치, 여성은 5.9인치 더 늘린 29.9인치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운영하는 사이즈 코리아의 자문과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의 평균 사이즈를 찾았고, 이를 바탕으로 마네킹을 제작했다는 게 치도 씨의 설명이다. 그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우리의 몸’을 닮은 마네킹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차별 없는 마네킹’처럼 아주 마르지도, 아주 살찌지도 않은 치도 씨는 ‘보디 포지티브’(몸 긍정주의) 운동을 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다. 뮬라웨어, 카카오메이커스, 자주 등에서 내추럴 사이즈 모델로 활동했다. 상의는 66사이즈를 입고 하의는 77사이즈를 입는다는 치도 씨는 “모델을 너무 하고 싶은데 일반 사이즈 모델도, 플러스 사이즈 모델도 할 수 없었다”며 “‘주변에 나랑 비슷한 몸이 많은데, 평균적인 여성의 몸도 모델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치도 씨는 원래 ‘보디 네거티브’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극단적인 외모지상주의자였기에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을 정도였다”며 “폭식과 단식을 반복하면서 이상적인 몸에 매달리다가 몸이 망가지자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적인 몸이란 없고, 몸은 그냥 ‘몸’일 뿐”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지 않고, 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인정하면 그게 ‘보디 포지티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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