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에 대해 단계적인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ESG 공시와 관련된 기준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으나, 정부가 기업의 ESG 경영의 점수를 주고, 등급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은 오히려 부작용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법제연구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4일 개최한 '제1차 ESG 법제포럼'에 참석한 김계홍 한국법제연구원장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ESG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고, 쟁점에 대해 점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며 포럼의 목적을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ESG 평가지표 표준화와 중소·벤처 기업의 ESG 경영 지원 강화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이날 쟁점은 정부가 ESG경영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새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였다. 2020년부터 ESG가 전세계적 화두로 떠오르자 국내에서도 지난 3년간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한국거래소 발표), K-ESG 가이드라인(산업통상자원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환경부), K-Taxonomy(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등 다양한 보고기준과 평가기준등을 내놨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공시·보고 기준은 룰 세팅(rule-setting)의 문제이므로 정부와 법규의 개입이 합리적으로 요구될 수 있지만, 평가 기준과 모범규준은 정부와 법규의 직접적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SG경영에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흘러가면 강제적 성격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자의적인 점수 배분에 따른 기계적인 점수 따기로 ESG 경영 취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소개했다.
토론자로 나선 안수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역시 "정부는 기업의 공시제도 내지 이사의 의무관련법 제도의 불명확성들을 해소할 필요는 있다"며 "그러나 이는 평가와 인증기준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ESG 경영은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에 대한 문제를 기업 경영에 반영하고, 투자자의 이익에 일치하게 만드는 데 기본이 있다"며 "사전에 정한 기준으로 사후에 평가인증하는 데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오히려 경직적, 형식적 ESG 경영으로 운영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서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정부의 지원정책이 기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ESG는 자율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이 완전히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며 "추가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나 기업활동으로 인한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협력적 방안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 역시 "정부의 지시를 관철시키기 위해 규제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같이했다.
윤 당선인의 ESG 정책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팀장은 "윤 당선인의 ESG 관련 정책 방향은 중소기업과 벤처의 지원정책에 한정되는 인상이 있다"며 "대기업의 ESG 경영이 자리잡으면 협력사인 중소기업 등에 대한 ESG 경영 요구도 높아지기 마련이라, 중장기적 청사진이 관계부처의 충분한 소통과 협업을 바탕으로 수립돼야 하나, 현재까진 분절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 발표에는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양일모 상지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오수근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는 이상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 정준혁(44·33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 송영선 한국법제연구원 전문위원,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김정남 삼정 KPMG 상무, 오승재 서스틴 베스트 총괄본부장, 윤형석 서울변회 법제정책이사 등이 참석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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