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금융부채를 보유한 자영업자 가구 가운데 적자 가구는 78만 가구로, 전체 자영업 가구의 16.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가구란 소득에서 필수 지출과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차감한 값이 마이너스인 가구를 뜻한다. 이들 적자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작년 말 177조원으로, 전체 자영업 가구 금융부채의 36.2%를 차지했다.
한은은 이들 적자 가구 가운데 적자를 감당할 기간이 1년 미만인 유동성 위험 가구를 작년 말 27만 가구로 추정했다. 전년 3월 대비 1만 가구 늘었다. 이들 가구의 금융부채 규모 역시 같은 기간 13조원 늘어난 72조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가구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대출해 준 금융회사 부실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동성 위험 가구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매출 회복세가 더딘 숙박음식업·교육업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9월까지 연장했지만, 올해 경기 상황 변화에 따라 유동성 위험 가구의 금융부채가 작년 말 대비 1조∼10조원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는 한편 가계·기업의 빚이 큰 폭으로 불어나면서 민간 유동성 위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산한 민간부채(자금순환표 기준) 추정치는 454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민간부채는 2020년 말보다 409조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가계 빚)는 2180조원, 기업부채(기업 빚)는 2360조원으로 각각 2020년 말보다 181조7000억원, 227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가 불어난 것은 치솟는 집값을 마련하는 동시에 공모주 청약 등을 위해 가계가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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