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등학교 1~3학년 학생 95만여 명을 대상으로 24일 전국에서 일제히 시행된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의 온라인 시스템이 접속량 폭주로 먹통이 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확진·격리된 재택 응시생들이 제때 시험을 보지 못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당국이 재택 응시생 급증에 따른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시험 주관 기관인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전국연합학력평가 온라인 시스템’ 사이트가 시험 시작과 동시에 마비됐다. 사이트는 1교시 국어 시작 시각인 오전 8시40분부터 먹통이 돼 2교시 수학이 진행 중이던 오전 11시께 정상화됐다.
복구 이후 사이트에는 1·2교시 과목인 국어와 수학 문제지가 등록됐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고교 2학년 이모양(16)은 “아침 8시부터 접속을 시도했는데 사이트가 먹통이었다”며 “나 혼자 시험을 못 치르는 게 아닌가 싶어 너무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문의가 쏟아지자 교육당국은 “전 학년이 동시에 시험을 치른 데다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예상보다 많은 확진·격리 학생이 몰려 시스템이 마비됐다”고 해명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비로그인 방식이어서 학원 등 다양한 곳에서도 접속해 접속량이 폭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험 응시 학교에는 보안 메일을 통해 문제지를 전달하고, 학교별로 활용하는 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응시자들을 분산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서버 고도화 및 응시자 분산 방안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선 “교육당국이 사전에 재택 응시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안일하게 시스템을 운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스템 관리를 담당하는 경기교육청 측은 “사전에 학생 확진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서버 용량이 접속 인원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월 학평은 고3이 된 학생들이 전국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 위치인지를 처음으로 가늠하고, 선택과목을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험으로 인식된다. 재택 응시자의 경우 성적처리가 되지 않고 성적표도 제공되지 않지만, 시험을 통해 학력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데 이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학부모는 “3월 학평을 통해 선택과목을 결정하려고 했는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응시 희망자가 많았다는 점은 성적 집계에 반영하지 못하는 응시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며 “실채점 표본 수가 상당히 적어지는 만큼 응시자의 정확한 학력 수준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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