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내려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 40대 남성이 소주병을 던진 가운데 당시 민첩하게 엄호한 경호원들의 활약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방송사 카메라에는 박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 사이 도로에 있는 깨진 유리병 파편이 잡혔다.
다른 각도에서 찍힌 여러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일부 경호원은 남성이 소주병을 던지는 순간부터 "피습이다", "엄호해"라고 외치고 움직여 박 전 대통령을 온몸으로 방어했다.
박 전 대통령은 24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지지자들 앞에서 “오랜만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라며 대국민 인사를 했다. 이어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세월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했다. 이때 어디선가 고성과 함께 유리병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삼엄하게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방탄판을 펼치며 박 전 대통령 근처로 모여들었다.
이때 한 여성 경호원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피습 당시 이 여성 경호원은 소주병이 날아온 순간 날아온 병 파편을 발로 막고 발빠르게 경호 대상에게 달려갔다. 어느 각도에서 병 파편이 날아오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후 발로 이를 수습한 뒤에 박 전 대통령의 가장 지척으로 달려가 에워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여성 경호원에 대한 극찬이 이어졌다. 경호원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반응 속도를 보이며 민첩하게 움직여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이들은 대통령 경호처에서 나온 경호원들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죄를 확정받은 박 전 대통령은 이 법이 정한 예우를 받을 수 없다. 다만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는 기본 5년, 최대 10년 지원된다. 퇴임일이 2017년 3월 10일인 박 전 대통령은 이달 10일로 경호가 끝나게 돼 있었지만, 경호처와의 협의로 경호 기간이 5년 더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소주병이 날아드는 상황 속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의연함을 잊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소주병 투척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이야기가 끊겼다"고 웃어 보이면서 "제가 많이 부족했고 실망하게 했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이 오셔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라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라며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이 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지병 치료를 받아온 박 전 대통령은 최근 통원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건강 상태를 회복해 의료진으로부터 퇴원 권고를 받았다.
소주병을 던진 40대 남성 이 모(47) 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대구경찰청은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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