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5일 15: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이 창사 이래 첫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한다. 조달 자금은 반포 주공 재건축 사업비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25일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다음 달 4일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 중 2000억원어치(114-1회)는 ‘조달 자금을 사회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ESG 채권으로 인증받았다. 세부적으로는 친환경(녹색채권), 사회 가치 창출 사업(사회적채권) 성격을 모두 갖춘 ‘지속가능채권’으로 분류했다.
자금의 주요 사용처로 반포동 1109번지 일대 재건축을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은 올해 12월부터 2026년 2월까지에 반포 주공 1단지 3주구에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 동 2091가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예상 공사비만 8087억원에 달한다.
기존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 일 자체를 친환경 사업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거리지만, 인증 초점을 신축 건물에 맞춰 ESG 특성을 인정받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SG 인증기관들은 ‘고효율 에너지 건축물 신축’ 사업비 조달용 채권을 녹색채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반포 주공 재건축 사업은 국내 녹색건축물인증(G-SEED) 우수 등급 획득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SG 채권 인증 작업은 안진회계법인이 진행했다.
삼성물산은 반포 주공 재건축 외에도 사학연금 서울회관 건축에도 이번 ESG 채권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일부는 협력사 대금을 조기 지급에 쓰기로 했다. 삼성물산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상위 두 번째인 ‘AA+(안정적)’다. 만기를 3년으로 잡은 첫 ESG 채권의 예상 발행 금리는 최근 ‘채권평가사 평가금리(개별민평금리)’ 기준 3.0%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국내 기업은 총 3조3429억원어치 ESG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주체는 주로 한국주택금융공사 같은 공기업 또는 은행이다. 비금융 일반기업 중에는 SK에코플랜트와 한솔제지가 각각 1000억원과 300억원어치를 찍었다. 전체 상장 잔액은 약 168조원으로 2020년 말(82조원)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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