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는 왜 돈 못 냈나…'쌍용차 매각' 무산된 진짜 이유 [딜리뷰]

입력 2022-03-28 05:50   수정 2022-03-28 16:54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주인 찾기에 결국 실패했습니다. 쌍용차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대금을 입금하지 않아 계약이 파기된 겁니다. 이뿐만 아니라 에디슨모터스가 대여해주기로 한 운전자금 500억원 중 200억원도 납입하지 않는 등 계약해제 원인이 여럿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이같은 계약파기의 진짜 이유와 그간의 사정을 이번주 딜리뷰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 키스톤PE뿐 아니라 KCGI도 등 돌린 컨소시엄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가장 큰 원인은 '돈'입니다. 인수대금(3049억원)의 잔금(2743억2000만원) 납입 기한이었던 지난 25일까지 돈이 입금되지 않아 '계약 즉시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판단입니다. 결국 쌍용자동차와 서울회생법원, 쌍용차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은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이 해제됐다고 28일 에디슨측에 통보하고 이를 공시키로 했습니다.

그런데 왜 돈을 입금하지 못 한 걸까요. 첫째, 에디슨모터스가 관계인 집회일(4월1일) 연기를 요청하면서 인수대금 납입 기한(관계인 집회일 5영업일 전)도 자동으로 연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고 둘째, 연기할 수 없다고 법원에서 지난 25일 통보를 했는데도 돈이 없어 입금을 못 한 겁니다.

돈이 없었던 이유는 이 컨소시엄에 돈을 대 줄 재무적 투자자(FI)를 못 구했기 때문인데요, 애초 이 컨소시엄엔 키스톤PE와 KCGI가 FI로 참여키로 했었지만, 키스톤PE가 투자계약서를 쓸 때 결국 빠지기로 했다고 알려져있었습니다. 그런데 투자계약서 쓸 때 KCGI도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에디슨모터스와 에디슨EV만 컨소시엄에 포함된 채로 계약을 체결한 겁니다. 이때 에디슨모터스는 컨소시엄 구성 기한을 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관계인 집회 10영업일 전인 3월18일까지 컨소시엄 구성안을 변경할 수 있게 해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변경 기한인 지난 18일 에디슨측이 집회 연기를 요구한 겁니다. 그때까지도 FI를 못 찾았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최근 인수한 자회사 유엔아이를 통해 자금을 구할 테니 집회를 연기해달라고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인수대금 납입을 못 한 것' 즉 자금을 못 구한 것이 집회 연기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일단 계약상의 의무(인수대금 납입 등)를 다 한 뒤에 "채권단이 반대하니 설득을 위해 1~2주 정도 집회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경우엔 상황을 보고 연기해줄 수 있는 것이지, 돈이 없는데 연기해주면 돈을 구하겠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또 한 가지. 적자를 내는 유앤아이를 통해 돈을 구해봤자 몇 백억 수준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앞서 에디슨EV를 통해서 그랬고요. 그리고 유앤아이의 최대주주 변경은 3월23일에 됐는데 컨소시엄 구성 변경 마감일(3월18일) 이후였으니 사실 "앤아이를 통해 자금을 구하겠다"는 것도 아직 자회사가 아닌 타 회사를 통해 구하겠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였던 겁니다. 유앤아이의 이사회 변경을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31일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2. 인수대금뿐 아니라 200억 운영자금도 입금이 안됐다
계약이 즉시 파기된 원인은 '인수대금 납입' 기한을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통보할 필요도 없이 그 즉시 계약이 파기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계약 위반은 또 한 번 있었다고 합니다. 에디슨모터스측과 쌍용차 간의 투자계약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측이 운영대금 500억원을 대여해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두 번에 나눠 하겠다는 주장에 따라 300억원은 2월3일에 입금했고 나머지 200억원을 3월21일까지 납입해야 했는데 200억원을 입금하지 않은 겁니다.

이 딜을 잘 아는 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입찰할 때부터 운전자금 500억원 대여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이 조건을 위반한 것만으로도 이미 계약 해제사유가 발생했던 상황"이라며 "200억원을 입금하라는 공문을 22일 보냈지만 입금하지 않은 채로 25일엔 인수대금도 납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도 이같은 사실을 최근 성명서를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3일 노/사/인수자간 3자 특별협약을 위한 실무협의 결과를 공개한 것인데요, 노조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투자계약서를 통해 쌍용자동차에 운영자금 500억원을 대여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월3일 1차 대여금 300억이 입금됐고 계약서에 따르면 3월21일 2차 대여금 200억이 입금됐어야 했다. 그러나 입금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노조측은 "에디슨모터스측은 운영자금 집행결과를 통보하고 사전집행계획을 제출해야 운영자금을 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운영자금을 디자인 변경과 코란도 이모션 주행거리 개선을 위한 투자비에 사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운영자금은 기업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재비, 인건비 등에 사용되는 '운전자금'이라는 측면에서 컨소시엄의 요청이 잘못됐다는 설명입니다.
3. 계약금 304억8000만원은 '몰취'된다
그렇다면 계약금과 운영자금 대여금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 인수금 3049억원 중 에디슨측이 이미 입금한 계약금 304억8000만원은 '몰취'된다고 합니다. 계약상 두 가지 의무(인수대금 납입과 운영자금 대여)를 에디슨모터스가 위반함에 따라 쌍용차가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에디슨측이 대여해주기로 한 운영자금은 총 500억원인데 이 중 300억원만 입금이 된 상황이죠. '대여'를 해줬기 때문에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채권자가 되는 겁니다. 원래 '무담보대출'이 원칙이었지만 에디슨측의 요구로 후순위 담보를 잡고 대여를 해줬기 때문에 '공익채권 담보권자'가 될 것이란 게 IB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IB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채권단이 '자금력'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했던 대상인 에디슨모터스가 이젠 쌍용차의 채권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다시 처음부터 주인을 찾아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해 입찰 당시 유력 원매자였던 SM그룹이 응찰하지 않는 등 여러 어려움 끝에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상황인데요, 과연 누가 다시 쌍용차 주인이 되겠다고 나설 수 있을지, 그리고 그땐 에디슨모터스보다 더 좋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 투성이입니다. 서울회생법원과 쌍용차, 쌍용차의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이 추후 논의해 재입찰 진행 여부를 결정키로 했으니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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