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북한은 미국 전역이 사정권인 ICBM을 발사했다. 이는 2018년 북한이 선언한 모라토리엄(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을 전면 파기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전날 입장을 내놓는 대신 인수위 차원의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군 통수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직접 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인수위는 성명에서 “한·미 간 철저한 공조를 토대로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는 신속하게 긴급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해수호의 날을 계기로 나온 윤 당선인의 발언은 북한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압박이 담겼다. 대북 유화책을 펴온 문재인 정부와 달리 차기 정부에서 대북 기조의 변화를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북한에 대해 ‘원칙과 일관성 있는 비핵화 협상’을 공언해왔다. 현재 김태효 전 청와대 대통령 대외전략기획관 등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북 강경파가 많다.
윤 당선인은 북한의 도발과 관련, 인수위원들의 보고를 받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어제 늦은 밤까지 윤 당선인은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김성한 간사 등 위원과 상황을 점검했다”며 “앞으로도 면밀한 안보태세 점검과 관련해 수시로 보고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SNS에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야말로 서해 영웅들에게 보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해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철통같은 국방력과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서해수호 용사 홀대론’을 의식한 듯 서해용사 처우 향상 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 날, 연평도 포격전의 주역들은 11년 만에 훈장과 포장을 받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방 예산에 대해 “2020년 50조원을 돌파했고 2022년 54조6000억원으로 확정돼 연평균 6.3%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일각의 ‘안보 불감증’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갈등 핵심이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권인 만큼 조기 회동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대변인은 “저희라면 임기 말에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감사원에 우리 정부 사람을 보내는 일은 안 할 것 같다”며 “국민들 보시기에 상식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조미현/김인엽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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