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직접 경고한 尹…"도발로 얻을 것 아무것도 없다"

입력 2022-03-25 17:05   수정 2022-03-26 01:42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5일 제7회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북한에 엄중하게 경고한다”며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차원에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윤 당선인이 직접 북한 규탄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일각에서 북한의 도발이 ‘새 정부 길들이기’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강경한 대북 정책 기조를 예고했다는 분석이다.
“尹, 인수위서 북한 도발 보고받아”
윤 당선인은 이날 SNS에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시점인 어제 북한이 올해 들어 12번째 도발을 해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서해수호의 날은 매년 3월 넷째주 금요일로, 2016년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에서 희생된 55명의 서해수호 용사를 기리기 위해 지정됐다.

전날 북한은 미국 전역이 사정권인 ICBM을 발사했다. 이는 2018년 북한이 선언한 모라토리엄(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을 전면 파기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전날 입장을 내놓는 대신 인수위 차원의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군 통수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직접 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인수위는 성명에서 “한·미 간 철저한 공조를 토대로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는 신속하게 긴급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해수호의 날을 계기로 나온 윤 당선인의 발언은 북한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압박이 담겼다. 대북 유화책을 펴온 문재인 정부와 달리 차기 정부에서 대북 기조의 변화를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북한에 대해 ‘원칙과 일관성 있는 비핵화 협상’을 공언해왔다. 현재 김태효 전 청와대 대통령 대외전략기획관 등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북 강경파가 많다.

윤 당선인은 북한의 도발과 관련, 인수위원들의 보고를 받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어제 늦은 밤까지 윤 당선인은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김성한 간사 등 위원과 상황을 점검했다”며 “앞으로도 면밀한 안보태세 점검과 관련해 수시로 보고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불참한 文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히 주재하고 북한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힌 문 대통령은 이날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20년과 지난해 두 차례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대신했다. 윤 당선인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인은 ‘초대 대상’이 아니라는 게 국가보훈처의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SNS에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야말로 서해 영웅들에게 보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해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철통같은 국방력과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서해수호 용사 홀대론’을 의식한 듯 서해용사 처우 향상 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 날, 연평도 포격전의 주역들은 11년 만에 훈장과 포장을 받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방 예산에 대해 “2020년 50조원을 돌파했고 2022년 54조6000억원으로 확정돼 연평균 6.3%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일각의 ‘안보 불감증’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발언도 내놨다.
文·尹 회동의 지렛대 되나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미뤄진 회동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윤 당선인에게 오늘의 상황과 대응 계획을 브리핑하고 향후에도 긴밀히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윤 당선인에게 관련 상황을 보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갈등 핵심이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권인 만큼 조기 회동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대변인은 “저희라면 임기 말에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감사원에 우리 정부 사람을 보내는 일은 안 할 것 같다”며 “국민들 보시기에 상식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조미현/김인엽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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