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4일 미국 전역이 사거리에 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한반도 정세가 ‘강 대 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5년 만에 노골적으로 ICBM을 ‘핵 공격 수단’이라고 표현하며 공세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특히 이번 도발은 한국의 정권 교체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으로 한·미의 관심이 다른 데로 쏠려 있는 사이 벌어졌다. 사실상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은 북한이 향후 ICBM급 미사일의 추가 발사,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무력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이번 도발이 ‘핵무력’ 강화 차원임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화성-17형 관련 성능시험이라 평가한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도발 때 ‘정찰위성 개발용’이라 주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ICBM 발사임을 명확히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500여 자 분량의 이번 보도에서 “무적의 핵 공격 수단을 더 많이 개발해 나갈 불타는 결의” “무적의 자위적 핵전쟁 억제력” “핵보검” 등 ‘핵’이 들어간 표현을 13번에 걸쳐 반복했다. 특히 자신들의 불법적인 핵 개발이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이 자신의 무기를 ‘핵 공격 수단’이라고 표현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사장소인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군부에 전달한 친필 명령서에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해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또 “강력한 핵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결심은 확고부동하다”며 직접 핵을 언급했다.
5년여 만에 ‘레드라인’을 넘은 북한이 이른 시일 내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를 재복구하는 작업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2012년 12월 ICBM급 장거리로켓 ‘은하3호’ 발사로부터 2개월 뒤 3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과거에도 ICBM 도발로부터 1~2개월 전후로 핵실험을 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북한이 이른 시일 내 ICBM의 최대 사거리 시험 발사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대두된다. 화성-17형의 탄두부는 핵탄두 2∼3개가 동시에 들어가는 다탄두(MIRV) 형상을 지녔는데 탄두 분리 후 목표 지점까지 운반하는 후추진체(PBV) 기술이 완성 단계에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연초부터 12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1만5000㎞ 내에 있는 전략 대상에 대한 타격 능력을 사정거리별로 단계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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