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현 정권 비리를 겨냥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대표 탈원전 사건인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부는 블랙리스트 사건 외에 월성 원전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지난해 6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른 산업부 공무원 세 명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문서 삭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팀은 이후 백 전 장관이 정 사장에게 배임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고 판단하고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백 전 장관이 정 사장에게 지시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뒤, 그 결과를 활용해 한수원 이사회에서 원전 가동 중단과 조기 폐쇄를 의결하도록 종용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보강수사는 당초 예상보다 더뎠다. 지난해 8월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가 나온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수심위 위원 15명 중 9명이 불기소에 찬성했고, 만장일치로 수사 중단 결정이 났다. 수심위의 의견은 권고적 효력만 있기 때문에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불기소 권고가 나온 상황에서 백 전 장관을 추가로 기소하려면 그만한 증거를 확보해야 하므로 9개월가량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역시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건 중 하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2부는 2020년 1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과 송 시장, 황 전 청장이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첩보 생성과 경찰 이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기소 이후 2년이 넘었지만 수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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