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잘 대처해 왔다고 자부해도 좋다. 주요국과 비교할 때 국민 희생을 10분의 1 이하로 최소화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지면서 “K방역은 실패했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가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포문을 연 것은 김부겸 국무총리다. 25일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인구 대비 확진율과 사망률, 누적 치명률 등 객관적인 지표로 판단해 달라”며 “잘못된 사실은 꼭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확진자 발생은 유행 정점을 지나서 완만하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33만948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7일 62만1205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이후 하루 확진자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확진자가 아니라 사망자로 눈을 돌리면 “잘 대처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날 393명을 포함해 최근 1주일 동안에만 2513명이 코로나19로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100만 명당 사망자 수(22일 기준 6.63명)로 따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헝가리(7.27명)에 이어 ‘넘버2’다.
문제는 앞으로 사망자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통상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면 2~3주 시차를 두고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3주 전부터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기 시작한 만큼 지금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예고된 수순이다.
의료계에선 하루 사망자가 지금의 두 배인 8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의료 시스템 붕괴로 제때 치료를 못 받거나 기저질환이 갑자기 악화돼 사망한 사람을 더하면 실제 사망자 수는 집계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치솟는 사망률을 꺾을 수 있는 핵심 무기인 ‘먹는 치료제’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4월 말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 명 넘게 나올 것”이란 우려가 의료계에서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화이자와 협의한 ‘팍스로비드’ 4월 도입 물량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하지만, 그사이 수많은 중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온 국민이 함께 이 방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김 총리의 발언이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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