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내에는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 정부 임기 내 2차 추경을 제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며 “이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50조원 규모의 손실 보상 대책을 공약으로 내놨다. 그러면서 불요불급한 예산 사업을 삭감하는 지출구조조정을 재원 조달 방안으로 제시했다.
기재부는 새 정부의 정책인 만큼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5월 10일 이후가 돼야 추경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 정부의 예산사업 상당수를 지출구조조정 형식으로 삭감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윤 당선인과 인수위 의지가 강한 만큼 기재부가 2차 추경 실행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도 “제출 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추경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위해선 정부의 추경안 편성이 선행돼야 한다. 헌법에서 추경 편성의 주체가 정부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지 않는다면 윤 당선인의 공약 실행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추경안 제출 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통상 한 달 이상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는 것을 고려하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작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50조원 규모의 추경 규모에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출구조조정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삭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다. 통상 지출조정은 불용이 예상되는 사업 위주로 이뤄지는데 3월에 예산 불용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사업인 한국판 뉴딜 예산 34조원을 상당 부분 삭감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이름이 새로 붙은 것과 별개로 대부분은 기존 사업을 이어가는 것인 경우가 많고, 청년 등 취약계층 지원 대책도 다수 포함돼 있어서다.
정부가 사업 조정을 통해 지출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예산 규모는 5조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초과세수로 발생한 세계잉여금을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지만 이 역시 약 3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50조원 규모 추경을 밀어붙일 경우 재원 대부분은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연초부터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국채시장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나랏빚 급증으로 국가 신용등급 강등까지도 우려된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50조원가량의 재정이 시중에 풀리면 유동성 확대로 서민 물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정부 입장에 대해 인수위는 이날 추경을 편성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통받고 있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문제, 새롭게 필요한 여러 가지 보건의료 관련 비용이 많다”며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수위는 (추경안이) 현 정부에서 국회에 제출되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 대변인은 “불가피한 경우라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요청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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