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확 늘린 文정부…부처 에이스는 '역대급' 이직 행렬

입력 2022-03-27 17:34   수정 2022-04-04 15:28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중앙부처 공무원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각 부처 에이스급 공무원들도 이직 대열에 합류했다. 인사 적체가 심한 상황에서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보복 인사’ 등으로 조직이 휘청이는 경험을 한 공무원들이 과거보다 과감히 ‘사표’를 쓰는 경향이 강해진 데다 민간 기업들이 높은 연봉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공무원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한화 등 대기업은 물론 두나무,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정책 리스크 대응을 위해 공무원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749명 재취업
27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기업과 공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취업심사를 신청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831명에 달한다. 이 중 749명이 심사를 통과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549명이 취업심사를 신청해 502명이 재취업한 것과 비교하면 각각 51%와 49% 늘어난 수치다. 취업심사 신청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만 해도 530명이었지만 이후 2018년 886명, 2019년 708명, 2020년 835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1, 2월 두 달간 176명이 신청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민간기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심사 대상은 4급 이상 공무원이며 일부 주요 보직은 7급 이상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2016년부터 관련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관가에선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사보복 조치가 늘면서 공직 이탈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 적체와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평판 하락 및 혜택 축소도 공무원 이탈에 영향을 미쳤다. 한 퇴직 공무원은 “과거 정권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많아 공직사회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표적이다. 산업부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이직자 현황’에 따르면 작년부터 지난달까지 4급 이상 고위공직자 17명이 민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박훈 전 에너지기술과장(SK하이닉스), 황병소 전 가스산업과장(GS E&R) 등 에너지 전문가들이 대거 이탈했다.

기업들도 공직자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문어발 확장’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뭇매를 맞은 카카오는 지난 1월 공정위 출신인 장영신 대외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을 컴플라이언스팀장으로 영입했다. 경쟁법 전문가인 장 팀장은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한 정책 대응 분야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편법 취업’ 기승
민간기업으로 향하는 공직자가 폭증하면서 취업심사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취업 논란도 적지 않다. 김선문 전 금융위원회 기업회계팀장은 작년 1월 삼성화재 상무로 취업했다. 김 상무는 금융위와 삼성그룹이 맞붙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의 법률 대응 업무를 주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취업심사 규정상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을 경우 취업이 제한되는 점을 고려할 때 논란의 소지가 있다.

매출 100억원 미만인 기업 등은 취업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요 기업의 소규모 계열사나 신설법인, 연구소 등으로 일단 몸을 옮겨 취업심사를 피하는 우회 취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차관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김정일 전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작년 사표를 내고 신설법인인 SK스퀘어로 자리를 옮겼다. 국장 승진 후보로 거론되던 인민호 공정위 과장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계열사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과 인 전 과장 모두 취업심사 대상에서 빠졌다. SK스퀘어는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들었고, 두나무는 올해 공정위로부터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져 정책 대응 중요성이 높아진 상태다.

공직자의 이탈이 늘어나면서 불투명한 취업심사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직자윤리위는 매월 취업심사 승인 여부만 공개할 뿐 그 사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고무줄 기준’,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무 연관성이 있더라도 취업이 승인되는 ‘특별한 사유’의 모호한 기준도 논란거리다. 공직자윤리법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 △경영 개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을 특별한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또 계열사 우회 취업 등으로 취업심사 자체를 회피하는 사례도 거르지 못하고 있다.

이지훈/박진우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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