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세라는 세라믹 소재를 연구하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27세인 1959년 자본금 300만엔(약 3008만원)으로 설립했다. 회사이름도 '교토세라믹'을 줄인 말이다.
직원 28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60여년 만에 임직원 7만8490명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도체 소재와 장비에서부터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기술(IT) 기기, 세라믹칼 등의 소비재까지 모두 만드는 다각화를 기반으로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2010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일본항공(JAL)을 3년도 안돼 정상화시키면서 아메바 경영의 효율성을 세계에 입증했다.
JAL이 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2조3000억엔의 부채를 지고 파산하자 일본 정부는 이나모리 명예회장에게 회사 정상화를 요청했다.
JAL 회장에 취임한 이나모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아메바경영을 도입했고, 2008~2009년 연달아 적자를 내던 회사가 2010년 1884억엔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2년 9월에는 2년8개월 만에 도쿄증시에 재상장했다.
그가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자동차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에서 존경받는 3대 기업가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유다.
한국과 인연도 깊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육종학사 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다. 우 박사 사후 이나모리 회장은 매년 경기도 수원 농업시험장 근처의 언덕에 있는 장인의 묘를 방문했다.
교세라는 박지성 선수가 유럽으로 진출하기 전까지 활약했던 일본 프로축구팀 교토 상가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2003년 일왕배 전일본축구선수권대회에서 팀 최초로 우승하자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박지성 선수를 직접 격려한 일화도 있다.
교토에 본사를 둔 일본 3대 소재·부품·장비 기업인 교세라와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가운데 교세라는 가장 먼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적극적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선 일본전산과 무라타제작소에 비해 주가와 이익률이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3월말 현재 교세라의 시가총액은 2조6500억엔(약 26조5705억원)으로 일본전산(8조100억엔), 무라타제작소(5조9700억엔)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01년 이후 20여년간 교세라의 시가총액이 23% 증가하는 동안 일본전산은 23배, 무라타제작소는 2.4배 급증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 패키지와 수정 진동자(쿼츠)와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주력 전자부품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차세대 통신규격인 '5G'와 'CASE(연결성, 자율주행, 공유서비스, 전동화)'로 요약되는 미래차 시대의 개막에 대비한 조치다.
주식시장에서는 교세라가 일본 2대 통신회사인 KDDI의 지분을 매각할 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1983년 KDDI의 전신인 DDI를 설립한 인연으로 교세라는 이 회사 지분 14.8%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지분 가치는 1조엔을 넘는다.
일부 주주들과 의결권 자문회사 등은 교세라에 KDDI 지분을 팔아 연구개발 등 다른 분야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유자산을 적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의 흐름에 따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니모토 사장은 "KDDI 주식을 급히 팔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 미래가치가 유망한 자산이기 때문에 당분간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토=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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