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전면에 핵심 데이터부터 배치"...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보고서 혁신' [한경 엣지]

입력 2022-03-30 00:27   수정 2022-03-30 00:28


직장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백 데이터’라는 표현이 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활용하는 수치를 뜻한다. 직장인들이 기획안을 작성할 때 대개 특정 사업 개요 등을 앞쪽에 배치하고 표나 그래프 형태의 백 데이터는 뒤편에 첨부하곤 한다.

하지만 신한카드의 보고서 양식은 여느 회사와 다르다. 임영진 사장(사진)의 지시로 작년 9월부터 백 데이터 대신 ‘프론트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보고서 전면에 핵심 데이터를 내세우라는 것이다. 본인의 지식이나 과거 성공경험 같은 주관적인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할 경우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을 구축하자는 것이 임 사장의 취지다.

가령 A 게임사와 제휴를 추진하자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국내 게임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A사의 점유율, 제휴시 예상 매출 증가율 등이 앞단에 배치된다. 프론트 데이터에는 비용-편익 분석이나 A-B 테스트, 경쟁사 분석, 소셜미디어 트렌드 분석 등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디자인이나 서비스 선호도 등 정량적 지표로 나타내기 힘든 영역은 고객이나 전문가, 내부직원 대상 설문조사 형태의 프론트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다. 신한카드는 3000명 규모의 고객 패널인 ‘신한사이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신한카드는 단순 카드사를 넘어 ‘데이터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잇달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전통적 수익원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더 이상 큰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인해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수익도 쪼그라들 전망이다.

그동안 축적한 고객들의 소비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것이 신한카드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간편 결제 플랫폼인 ‘신한플레이’ NFT(대체불가능 토큰), 자산관리 등 비금융 콘텐츠를 넣어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엔 신한카드의 빅데이터연구소가 카드업계 최초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업 부설연구소 인증을 받았으며, 데이터전문기관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데이터전문기관 라이선스를 따내면 각종 금융·비금융 정보를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해선 ‘일 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게 임 사장의 판단이다. 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카드업 본원 경쟁력 극대화 △신성장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데이터와 디지털 활용 역량 극대화 △‘일·사람·환경’ 모든 것을 바꾸는 문화 대전환 등 네가지를 강조했다.

작년부턴 스타트업처럼 ‘님 문화’를 도입하기도 했다. '부장님' 등 직책으로 부르는 대신 ‘OO님’으로 사내 호칭을 통일했다. 신한카드 임직원들은 임 사장도 ‘영진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신한카드는 직급 체계 단순화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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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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