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6명이 한다던 공사현장 품질 관리 1명에 맡겼다

입력 2022-03-28 15:04   수정 2022-03-28 15:34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현장 품질 관리를 단 1명이 맡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나 기준도 준수되지 않았다.

광주경찰청 신축아파트 붕괴 사고 수사본부는 28일 중간 수사 발표 브리핑을 통해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무단 공법 변경과 동바리 미설치, 콘크리트 강도 부족을 꼽았다.

발표에 따르면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은 붕괴한 201동 39층 바닥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지지대를 최소화하는 데크플레이트 방식을 사용했다. 당초 재래식 거푸집 방식을 쓸 예정이었지만, 39층 아래에 있는 설계(PIT)층의 층고가 낮아 지지대를 설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법을 무단 변경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HDC현산은 콘크리트로 만든 '가설 지지대(역보)' 7개를 세워 39층 바닥면 데크를 받쳤다. 그 결과 수십t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대 무게가 취약했던 설계층 바닥에 가해졌다. 설계층 바닥은 1㎡당 2008㎏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콘크리트 지지대가 설치된 곳은 1㎡당 4098㎏의 하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HDC현산이 공법을 바꾸면서 건물 구조가 안전한지 따지는 구조안전성 검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한 설계층 바닥이 무너지며 붕괴가 시작됐다.

설계층 바닥이 무너지더라도 설계층 아래에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른 '동바리(지지대)'만 설치되어 있었다면 건물에서 연쇄 붕괴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설계층 아래 3개 층에는 동바리가 철거돼 있었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철근 콘크리트 작업 시 아래 3개 층에는 거푸집이나 동바리를 남겨 하중을 견디도록 해야 한다. 현장 작업자는 최상층인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완료되면 건설 자재를 빼낼 방법이 마땅치 않아 동바리를 미리 철거했다고 증언했다.

하부층 콘크리트 강도 역시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에서는 사고 현장 17개 층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 가운데 15개 층이 기준 강도(24MPa)의 85%에 미달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콘크리트를 상층부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물을 섞었거나 콘크리트 자체가 불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빚어진 것은 현장이 부실하게 관리된 탓으로 풀이된다. 경찰 조사 결과 HDC현산은 화정아이파크 1단지와 2단지 신축현장에 품질 관리 담당자를 1명만 배치했다. 당초 인력 배치안에는 공사 현장을 2개 구역으로 나눠 각 3명씩 총 6명을 운용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해당 업무를 1명에게 몰고 나머지 5명에게는 일반 행정업무와 공정 관리 등 각각 다른 업무를 시킨 것이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적절한 인원을 현장에 배치하지 않아 현장의 품질 관리가 엉망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현장의 품질 관리 부실이 결국 붕괴 사고를 일으킨 주된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품질관리를 맡았던 업무 담당자는 경찰에 "홀로 업무를 하기 힘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러한 인사 발령을 한 이유를 조사하기 위해 실질적인 권한을 갖춘 본사로 수사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 소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광주경찰은 현재까지 현장소장 등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8명과 하도급 업체 공사 관계자 5명, 감리자 3명, 공무원 1명, 건축 과정에서 불법 행위에 연루된 부동산 투자업체 대표 등 기타 관계자 3명 등 총 20명을 형사 입건해 이 가운데 6명을 구속했다. 붕괴 사고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15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건축법·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기는 송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HDC현산에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의 처분을 내리도록 관할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광주시 서구청에도 하도급 업체인 가현건설산업에 대해 동일한 처분을 요구했다. 등록말소가 이뤄지면 회사의 과거 실적이 소멸되기에 새 회사를 차리더라도 신규 수주가 어렵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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