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후의 내용은 개인의 사정이나 그가 속한 회사에 따라 다양하다. 한 가지 공통점은 삼성전자 특유의 조직 문화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주로 하드웨어를 중시하고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소홀히 하는 분위기, 지나친 하향식 의사 결정, 치열한 단기 실적 경쟁, 외국계 기업 출신에 대한 견제 등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삼성전자 특유의 문화는 기업 경쟁력에도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과거 삼성이 추격자 위치에 있을 땐 한국적인 조직 문화가 도움이 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해야 하는 위치에선 오히려 조직의 활력과 유연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는 게 최근 불거진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관련 논란이다. GOS는 스마트폰에서 고성능 게임 등을 실행할 때 반도체의 과열을 막기 위해 화면 해상도 등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기능이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가 GOS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스마트폰 성능에 대해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선 GOS 사태를 들며 ‘기술력의 위기’를 말한다. 애초 칩의 발열이 심하지 않았다면 GOS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단기 실적을 중시하고 목표 달성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기업 문화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되는 걸 억지로 되게’ 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글로벌 일류’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숫자로 표시되는 실적에선 충분히 성과를 냈다. 하지만 요즘 경영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초(超)격차’ 같은 구호보단 임직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경영 철학과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 직원들에겐 비전과 희망을 심어주고 임원들에게는 호흡을 길게 가져갈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야 제2의 GOS 사태를 방지하고 구글 애플 등 ‘초일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