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기차의 핵심 이슈가 이동하고 있다

입력 2022-03-28 17:20   수정 2022-03-29 00:16

과거 전기차를 언급할 때마다 네 가지 이슈가 거론됐다. 짧은 주행거리, 비싼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긴 충전시간이 그것인데, 충전 인프라를 제외하고는 배터리 기술과 연관돼 있다. 이제 전기차가 친환경차의 면모를 갖춘 미래차의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한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발전과 양산성 확보로 전기차 이슈는 점차 그 양상을 달리하게 됐다.

주행거리의 경우 3원계 양극재를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250Wh/㎏ 이상이고, GM의 볼트처럼 66㎾h 배터리팩을 장착하면 414㎞ 주행이 가능하다. 다임러, 현대자동차 등에서는 1~2년 이내에 500㎞를 보장하는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하니, 더 이상 주행거리가 확산 장애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충전속도와 관련해서도 급속충전에 대한 진척이 속속 이뤄져 100㎾h 충전기를 사용하면 150㎞ 정도의 거리는 불과 15분 충전으로 가능하다. 물론 가솔린 및 디젤 주유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커피 한잔 하는 시간의 여유에 150㎞가 가능함은 더 이상 전기차의 대세를 가로막는 장애 요소는 아닌 것이다.

전기차 가격 이슈는 배터리 가격과 직결된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같은 가격을 형성하려면 배터리팩 가격이 100달러/㎾h 정도 돼야 한다. 아마도 이 수치는 2025년께 가능할 것이라고 여러 기관이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그 기간 동안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가격에 매우 예민한 중소형 승용차는 3원계 배터리에 비해 30% 정도 저렴한 인산철 배터리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에너지 밀도 하락으로 주행거리 감소를 감내해야 하므로 근본적 솔루션은 아니다. 또 다른 방책으로는 보조금 정책과 연계해 일정 기간 보호받는 경우다. 각국의 보조금 정책은 전기차를 환경 보호를 위해 보급하려는 의도만이 아니라 미래 기술로서 육성하려는 자국 기술 보호 방안과 연계돼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제 전기차 사업은 초기 사업화 이후 도래하는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는 시점으로 보이며, 초기에 의문시된 근원적 이슈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물론, 아직도 충전 인프라는 미흡하지만) 생산성 및 공급망 이슈가 새로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핵심 소재의 공급망 이슈가 생산성을 좌우하는 관건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비단 배터리에 국한되지 않고 전기차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인 모터 및 전장부품 등으로 그 전선이 확산할 것이다.

또 전기차 확산은 전기 공급 능력과 이를 구성하는 에너지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분석 고려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도로 운송에 사용되는 연료를 살펴보면 2020년의 경우 가솔린 7900만 배럴, 디젤 1억3500만 배럴이었다. 이를 단순히 전기에너지로 환산(에너지법 시행규칙에 의거)하면 총 338TWh이며, 이는 총 발전량인 552TWh의 61%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2021년 말 전기차 보급률은 1%에 지나지 않지만, 급속히 확산되면 발전량도 함께 증가해야 하므로 이를 뒷받침하는 전기 생산 능력을 재점검해야 한다.

물론 전기차용 전기는 친환경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내지는 재생에너지로 얻어지는 무공해 전기여야 한다.

이제 전기차의 핵심 이슈가 타당성조사 단계를 벗어나 누가 생산성 있게 전기차를 공급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까지 고려한 근원적 친환경 목표를 달성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생산성의 관건이 핵심 소재의 공급망 이슈로 판가름날 터인데 이는 국제 정세 변화로 나타나는 지역 이기주의와 맞물려 복잡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전기 생산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에너지 포트폴리오 정책 이슈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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