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들이 최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과 경기도에선 매매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남 등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는 데 비해 외곽 지역은 매매와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등 수도권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올 1월 분양된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 자이폴라리스’(투시도)도 30일 미계약분 18가구에 대한 이른바 ‘줍줍’(무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당시 평균 34.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종로구 숭인동 ‘에비뉴청계Ⅰ’과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 등도 이달 들어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시장은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성적표가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비싼 가격에도 단기 차익을 노리고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칫 비싸게 샀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도 미분양이 늘어나는 이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에 비해 0.01% 내렸다. 하지만 강남·서초구는 나란히 0.01%씩 상승했다. 강남·서초구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1월 넷째 주 이후 8주 만이다.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유세 강화로 ‘똘똘한 한 채’만 남기려는 경향이 짙어진 것도 강남권 아파트 몸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다주택자는 세 부담 완화 대상에서 빠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 압박에 수도권 비인기 지역이나 지방 주택을 처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서울 인기 지역을 찾는 ‘똘똘한 한 채’ 수요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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