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의 연이은 안전사고로 인한 ‘규제 쓰나미’ 움직임에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부실시공으로 인명사고를 낸 업체에 대해 직권으로 등록말소 처분까지 내리는 ‘원·투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안전사고를 사업자가 모두 통제할 수 없는 구조에서 이 같은 징벌적 조치가 시행되면 대부분 건설사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큰 파장이 예상되는 것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다. 단 한 번의 부실시공으로 일반인 3명 혹은 근로자 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 시공사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고 5년간 신규 등록도 제한한다. 사실상 건설업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미다.
사망과 무관한 부실시공 자체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강화된다. 지금은 부실시공이 적발되면 2∼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1회 적발 시 영업정지 기간이 4~12개월로 늘어난다. 5년간 중대한 부실시공이 2회 적발되면 해당 업체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고 3년간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이른바 ‘투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된다.
국토부는 부실시공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불법 하도급이 아니더라도 부실시공으로 사망 사고를 냈다면 피해액의 세 배까지 배상토록 하고, 면책 규정을 두지 않기로 했다.
처분 권한을 회수하는 것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한 사안으로 29일 입법예고를 시작해 하반기 시행이 예상된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은 기존에 발의된 개정안 등에 포함시켜 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까지 도입되면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란 우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관리자가 아무리 주의해도 작업자 부주의 등 막기 어려운 사고가 상당하다”며 “등록말소 처분은 단순히 한 건설사가 사라지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하도급 업체와 다른 공사 현장, 아파트 입주 예정자 등에까지 도미노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처벌 위주 대책이 잇따르면서 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발의된 건산법 개정안과 지난 2월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법과 별개로 ‘건설안전특별법’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산발적인 법 개정이 잇따르다 보니 중복규제 과잉규제 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원인 제공 주체도 많다”며 “사고가 났을 때 발주자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충실히 따져보고 그에 맞는 제재를 내리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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