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전기료 조정단가 끝내 동결…연료비 연동제 무력화

입력 2022-03-29 08:00   수정 2022-03-29 10:14


올 2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될 '연료비 조정단가'가 ㎾h당 '0원'으로 동결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올 들어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원료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도 전기요금엔 전혀 반영되지 못하도록 정부가 막은 것이다. 정부의 인위적 전기요금 통제로 인해 한국전력은 올해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28일 정부로부터 올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의 적용을 유보하라는 의견을 통보받아 다음달부터 적용될 연료비 조정단가가 ㎾h당 0원으로 확정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한 항목으로, 3개월마다 국제 연료가격을 반영해 조정된다.

한전은 지난 16일 정부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0원에서 3원으로 올리는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연료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실제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33.8원으로 산정됐지만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막기 위해 분기별 조정단가 인상폭은 최대 ±3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처럼 연료비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하되 급격한 변동을 막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2020년 12월에 도입했다.

하지만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원칙에 따른 3원 인상안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전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한전에 전기요금 동결을 통보했다.

정부는 또 지난해 12월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해 다음달부터 ㎾h당 총 6.9원의 전기요금이 오르기로 이미 결정된 점을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전기요금 항목 가운데 연료비를 반영해 변동되는 항목은 크게 기준연료비와 연료비 조정단가로 나뉜다. 기준연료비는 1년에 한 번 조정되고, 연료비 조정단가는 분기마다 조정된다. 기준연료비 조정에 따라 4월부터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이 오르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까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정부 설명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준연료비 인상 결정은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의 국제 연료가격 변동을 반영한 것이다. 작년 12월 이후 연료비 인상분은 반영되지 못했다. 올 들어 악화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크게 치솟은 연료가격은 전기요금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한국전력의 재무상황은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에도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한 한전은 지난해 1년간 5조860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적자였다. 올해엔 영업적자가 더 커질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가 단계적으로 ㎾h당 15.1원 오른다는 가정 아래 한전이 19조9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인위적 가격 개입으로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돼 한전의 올해 영업적자는 2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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