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PC에서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는 구글과 애플 등이 제공하는 앱 이용 계정 하나로 PC와 모바일 플랫폼을 넘나들면서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다. PC에서는 마우스 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작동 편의성이 높다.
넥슨은 이전에도 모바일 게임 ‘V4’의 PC 버전을 내놨다. 하지만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PC 버전은 결제 방식이 이전과 다르다. 넥슨의 자체 결제 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V4의 경우에는 PC 버전에서도 앱 장터 사업자의 결제 방식을 따라야 했다. 구글은 수수료 명목으로 자사 앱 계정에서 발생한 매출의 30%를 챙기고 있다. 반면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PC 버전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에 구글에 관련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게임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사의 구글 탈출 전략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 게임의 PC 버전 유통 과정에서 구글은 모바일 플랫폼만큼 특별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수수료를 그대로 챙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내에서 모바일 게임 PC 버전 이용자를 크게 늘린 ‘리니지M’ 시리즈의 엔씨소프트가 대표적 피해 사례다.
지난해 중소 게임사 엔픽셀도 모바일 게임 ‘그랑사가’의 PC 버전에 자사 결제 방식을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대형 게임사가 구글 결제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처음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한때 모바일 게임의 PC 버전까지 금지할 정도로 자사 앱 생태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강하게 막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인앱결제를 적용하는 수준이 느슨해졌다”고 설명했다.
15일 세계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행된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영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구글 갑질방지법은 구글, 애플 등 앱 장터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게 한 것이 골자다. 다만 구글이 여전히 “자사 결제 방식을 우회한 앱은 앱 장터에서 삭제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 넥슨 같은 사례가 추가로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글 탈출’ 움직임이 가속화하면 게임사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이 구글에 납부한 수수료는 지난해 9529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게임 상위 업체인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도 매년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구글 등 앱 장터 사업자에 납부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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