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를 돌파하면서 앞으로 대출을 받을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주담대 상품인 우리아파트론 고정형(혼합형)은 전날 기준 4.11~6.01%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기준 연 3.99~5.90%였지만, 하루 만에 0.11%포인트가 상승했다. 주담대 금리가 연 6%를 넘은 것은 7년 여만이다.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0월 연 5%대에 진입했지만, 반년도 되지 않아 연 6%로 뛴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도 이미 6%에 가까워졌다. 전날 기준 하나은행의 고정금리는 4.647~5.947%로, 6%가 임박했다. KB국민은행은 4~5.5%, 신한은행은 4.32~5.15%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대폭 오른 이유는 국채 금리가 뛰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8일 2.747%로, 2014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도 급등했다. 금융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지난 28일 기준 3.229%(민평평균)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6월 9일(3.251%) 이후 최고치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긴축을 시사한 데 따른 영향을 받았다. 최근 Fed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높이는 '빅스텝'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내놨다. 미국의 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4차례 이상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윤석열 당선인이 최대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했다는 점도 채권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적자 국채 발행이 예상되면서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출 완화를 기대해 하반기 내집 마련에 나설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올해 10월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김정현 씨(가명)는 "10월 전세 만기에 맞춰서 집을 구매할 생각인데, 지금 은행권 금리도 4%인데 이게 더 오른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며 "차라리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쌀 때 집을 빨리 구매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지금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로 변동금리를 택한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들어 고정형 금리를 택하는 차주들이 늘었지만, 아직까지 변동 금리의 차주들이 대부분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지난 1월 주담대 차주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4%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엔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7%였지만,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고정금리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주담대 금리가 연 7%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서 기준금리가 2%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어서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Fitch)는 한은이 4월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린 뒤 하반기에도 두 차례나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의 이자부담은 1인당 평균 15만원 늘어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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