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백지신탁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주식을 추가로 사고 판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와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도입된 백지신탁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31일 관보에 게재된 '2022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오 시장과 배우자가 보유한 증권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11억9981만원이다. 지난해 7월 신고했던 14억3263만원보다 2억3281만원 줄었다.
오 시장과 배우자는 코스닥에 상장된 에이치엘비를 각각 3500주, 9282주를 추가로 매입해 1만162주, 1만2772주씩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도 배우자 명의로 1000주 추가 매입해 1920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치엘비는 허위공시 및 주가조작 논란에 급등락을 보인 종목이다.
또 오 시장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LS, 키움증권, 맥스로텍,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주식을 잇따라 매각했다. 셀트리온, 신라젠, 톱텍 등의 주식은 아직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 보유 주식에 대해 '직무연관성이 있다'며 백지신탁 등을 통해 처분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오 시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한 주식에 대해서 불복한 데 이어 심판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주식을 매매한 것은 백지신탁제도를 무력화시킨 것과 같다"며 "오 시장이 선례가 되면서 정부의 백지신탁에 대한 불복과 임의 매매가 잇따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 측은 "행정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직무연관성에 대한 판단이 정지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식 매매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과도하게 포괄적으로 직무연관성을 적용하는 현행 백지신탁심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오 시장이 총대를 맨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신고한 재산은 총 59억226만원으로 직전 신고보다 10억2294만원이 증가했다. 14명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1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비용 보전금 등이 유입되며 재산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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