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장중 한때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39% 선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추월했다. 10년물이 연 2.396%일 때 2년물은 이보다 높은 2.398%를 기록했다.
2년 만기 금리가 10년 만기 금리를 역전한 것은 미·중 무역 갈등이 한창이던 2019년 9월 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경기침체 신호와 가장 비슷하게 움직이는 벤치마크 지표는 2년 만기와 10년 만기 간 역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미 국채시장에선 이달 초 5년 만기와 10년 만기 금리 간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전날엔 5년 만기 금리가 30년 만기 금리보다 2bp(1bp=0.01%포인트)가량 높아지기도 했다.
메들리 글로벌자문의 거시전략가인 벤 에몬스는 “역사적으로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없이 경기침체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미래의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지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금리 역전 이후 불황에 이르기까지 최소 몇 달에서 길게는 2년 정도가 걸린다.
최근엔 극심한 인플레이션 등 다른 경기침체 조짐도 뚜렷하다. 또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에 대비하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지출을 줄이면 경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와 고용계획 등 기업활동을 줄이고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게 될 것이란 우려다.
로이터통신은 LPL파이낸셜 자료를 인용해 “1978년 이후 여섯 차례의 대규모 경기침체 중 5개 사례에서 직전에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2006년 2년 만기와 10년 만기 간 금리가 역전된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2019년 9월 역전 현상으로부터 반 년 뒤에도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당시는 코로나19라는 시장 외적 변수도 크게 작용했다.
다만 이번 금리 역전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Fed가 지난 2년여간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막대한 양의 국채를 매입하면서 시장금리에 왜곡이 생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Fed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단기 국채보다 장기 국채의 금리를 억누르는 효과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Fed는 지난 16일 3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조만간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보유 자산을 줄이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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