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추진 계획에 미술계가 들썩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술계는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대한민국 미술 1번가’가 서울 삼청동에서 용산구 한남동으로 차츰 옮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남동이 한국 화랑과 미술 문화의 중심축이 되는 ‘한남동 전성시대’가 열릴 것”(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이란 얘기다.
한남동은 삼청동에 비해 전통과 문화·관광 인프라가 부족하다. 청담동보다는 교통 여건이 떨어진다. 하지만 ①강남·북 접근성이 우수하고 ②인근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으며 ③젊은 상류층과 외국인들이 모이는 동네라는 강점이 있다. 한남동에 자리 잡은 갤러리조은의 조인숙 대표는 “6년 전 처음 한남동에 왔을 때보다 관람객이 훨씬 늘었다”며 “미술관을 방문했다가 갤러리에 들러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갤러리 리만머핀이 최근 삼청동 인근 안국동에서 한남동으로 한국지점을 확장·이전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김정연 리만머핀 디렉터는 “한국에 2030 컬렉터가 급증하는 점을 감안해 삼청동보다 젊은 느낌의 한남동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갤러리들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한남동 전성시대’가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혁 갤러리BHAK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한남동 갤러리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윤 당선인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미술에 조예가 깊은 데다 당선인 본인도 미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인근 지역의 미술 시설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집회·시위가 줄어들고 청와대 개방으로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청와대 이전은 악재가 아니라 호재”라는 시각도 있다. 삼청동의 한 유력 갤러리 관계자는 “청와대가 개방되면 손님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사간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더해 송현동에 2027년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이 들어서는 것도 삼청동 갤러리들에는 좋은 소식이다.
반면 신흥 화랑가인 청담동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달성 회장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한국 갤러리의 무게중심이 강북으로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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