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 국내외 정세와 경제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새로운 국정의 중심축 역할을 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물론 정치개혁을 주도할 ‘정무형’이나 명망가 타입의 ‘사회 통합형’을 바라는 여론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안보와 경제가 따로이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고, 경제위기 발발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윤석열 당선인이 그동안 경제 분야에서 경험을 쌓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경제발전과 기업 성장, 일자리 창출에 남다른 식견과 추진력을 갖고 있는 ‘경제 개혁통’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구체적인 인선 기준을 살펴보면 첫째, 규제혁파를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부터 규제개혁은 총리실의 주된 업무였다.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규제개혁위원회를 제대로 가동해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해묵은 대기업 규제부터 최근의 중대재해처벌법까지 기업을 옥죄고, 시장의 활력을 저해하고, 민간의 창의를 가로막는 한국형 규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윤 당선인이 얼마 전 만난 경제 6단체에 가면 분야별로 ‘신발 속 돌멩이’ 리스트가 다 있다. 전면적 철폐 대상부터 수정·보완해야 할 것까지, 정부가 할 일과 지방자치단체 몫까지 잘 정리돼 있다. 규제 이면 곳곳의 기득권과 싸워 성과를 내야 한다.
둘째, 욕을 먹더라도 중요한 구조개혁 과제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재정개혁·행정개혁 다 중요하지만, 대선 때 쟁점이 됐던 국민연금과 노동 개혁 정도는 정부 출범 때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이 또한 소신과 뚝심, 용기 없이는 어렵다. 5년마다 해야 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와 개혁’의 직무를 유기한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을 되풀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노동개혁만 해도 예사 각오가 아니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철옹성의 양대 노총과 담판 짓고, 법치주의를 세우는 데 총리가 앞장서야 한다. 노조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고용·노동시장의 정상화는 그만큼 어렵다.
셋째, 국제적 감각·안목도 중요하다. 한·미동맹 강화, 대중 외교 균형 회복, 대일관계 정상화에서 대통령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 대통령의 경력 등을 감안할 때 보좌·고언 이상의 정책적 중심잡기가 필요하다.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국제 경제의 블록화, 높아지는 비관세 장벽 등 반개방 기류, 흔들리는 글로벌 공급망은 개방과 교역으로 사는 대한민국 경제에 심각한 위기 요인이다. 국제 정세와 따로 놀았던 현 청와대의 ‘나홀로 종전선언’을 지켜나 보는 식의 총리는 안 된다. 대통령을 대신하는 대독(代讀) 총리, 넓은 사무실에 안주하는 이론가도 곤란하다. 윤 당선인은 고용과 투자, 국제 경쟁력 모두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해 권한을 과감히 넘기는 대신 성과와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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