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5년 악착같이 버텼다"는 절규, 다시 들려선 안 된다

입력 2022-03-30 17:26   수정 2022-03-3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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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의 ‘탈원전 5년 생존기’는 엉터리 정책이 국민 경제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사례다.(한경 3월 30일자 A1, 13면)

귀뚜라미 계열사인 센추리는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국내 최고의 원전 냉각기 업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갑작스러운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신규 매출이 ‘제로’가 됐다.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 지난해에는 사라진 매출의 절반을 회복했다. 최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180명 원전 기술 인력을 단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악착같이 버텨냈다”는 그의 말에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용사의 결기가 배어 있다.

탈원전은 우리 역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기형적 정책의 전형이다. 대통령이 재난 영화를 보고 나서 정책 의지를 굳히고, 정책의 골간을 마련한 사람들은 미생물 전공 학자, 하천토목 학자 등 하나같이 원전과는 거리가 먼 환경론자들이었다. 아마추어식 정책은 결국 ‘선무당 사람 잡는’ 끔찍한 폐해를 낳았다. 세계 최강 수준인 한국의 원전 생태계가 5년 새 다 망가진 것은 물론, 간판 공기업 한전이 대형 부실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이 정부 들어 해외 원전 수주는 ‘제로’다. 내 아이에겐 불량식품이라고 먹지 말라고 하면서 남의 아이에게 팔려 하니 누가 사주겠는가.

그뿐 아니다. 대통령의 원전 폐쇄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원전 경제성을 조작하는 데 관여한 주무 장관은 대학교수로 돌아갔고, 청와대 비서관은 버젓이 거대 에너지 공기업 사장 자리를 꿰찼다. 탈원전 선봉장 노릇을 했던 원전 공기업 사장은 슬그머니 임기를 연장했다. 이들의 책임은 법의 심판으로 엄히 물어야 할 것은 물론, 윗선의 개입에 대해서도 낱낱이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어설픈 견해에 얼치기 학자들이 합세해 만든 날탕 정책으로 최 회장 같은 기업인들이 절규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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