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의 주장은 곳곳에서 맞부딪치고 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산업부 전신) 장관은 최근 언론 기고에서 “정부 수립 후 75년 동안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한 기간은 15년뿐”이라고 썼다.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 그대로 두는 게 맞다는 취지다. 그러자 외교부는 곧바로 언론 브리핑을 통해 통상교섭본부를 산업부에 둔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는 외교부가 통상 업무를 계속해왔다고 반박했다. 1994년 이전만 해도 통상 기능은 산업부의 모태인 상공부와 외무부, 경제기획원에 분산돼 있었다. 그런데도 산업부와 외교부가 서로 자기 지분이 컸다며 ‘통상기능 관할권’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두 부처의 갈등은 지난 29일엔 비방전 수준으로 치달았다.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통상기능의 외교부 이관에 부정적인 입장을 한국 측에 전했다’는 본지 보도가 발단이 됐다. 외교부는 이날 밤늦게 “산업부가 외국 정부의 입장까지 왜곡했다”는 자료를 냈다. 외교부는 자료에서 “외국을 등에 업고 국내 정부 조직 개편 논의에서 이기려는 행태”라며 산업부를 비난했다. 급기야 인수위는 30일 “개별 부처에서 공개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통상기능 이관을 둘러싼 두 부처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도 두 부처는 이 문제를 두고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통상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관련 부처 관료들은 동요했다. 5년 만에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통상 전쟁’의 시대다. 그런데 정권교체기마다 통상 기능 이전을 놓고 두 부처가 신경전을 벌인다면 한국의 통상 교섭 능력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 전직 관료는 “통상교섭권을 둘러싼 두 부처의 경쟁이 볼썽사납다”며 “국민들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 대부분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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