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세운 한국금융연구센터(금융연구회의 후신) 출신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경제정책에 관여할 전망이다. 금융연구회는 1989년 출범해 매달 세미나를 열고 금융과 거시경제에 관한 토론을 진행했다. 2009년 한국금융연구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공식 출범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윤 당선인의 정책 설계에 관여한 인물들이 적잖게 참여해 눈길을 끈다. 한국금융연구센터 출신들이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한 학현학파의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자와 이 전 실장은 금융연구회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 후보자는 정 전 총리와 2008년 ‘외환위기 10년, 한국 사회 얼마나 달라졌나’라는 책을 같이 쓰기도 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정 전 총리에게서 수업을 들은 이 전 실장은 공무원으로서 1990년대부터 이 모임에 수차례 참석해 정 총리 등과 인연을 쌓았다.
김 교수와 국민의힘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2000년대 한국금융연구센터에서 주로 활동했다. 각각 거시경제와 통화정책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이어가며 교분을 쌓았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정부의 주요 경제부처 수장으로 하마평에 올라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학현학파의 자리를 한국금융연구센터 출신들이 메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학현학파는 변형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제자인 진보 경제학자들의 모임이다. 변 교수의 아호인 학현을 따서 학현학파로 부른다. 분배를 중시하는 학현학파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했다. 현 정부 인사 가운데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박복영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주상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등이 학현학파로 분류된다. 학현학파는 소득 불평등 축소와 분배에 초점을 두고 연구했다.
한국금융연구센터는 시장경제 문제를 보완하는 동시에 금융을 연구하는 모임으로 중도적 색채가 짙다. 케인스주의자로 통하는 정 전 총리의 영향도 받았다. 하지만 학현학파와 한국금융연구센터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두 모임에 모두 속하는 인물도 많고, 성향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달에 한국금융연구센터 연구소장에 취임한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는 학현학파로 분류된다. 정 전 총리는 학현학파가 주축인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매년 여는 봄·가을 심포지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학현학파 인사들과 넓게 교분을 쌓았다. 이재명 캠프에서 전환적공정성장전략위원장을 맡았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 전 총리의 애제자로 꼽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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