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30일 웨스턴디지털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부문의 차세대 기술인 ‘존 스토리지(Zoned Storage)’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 "'존 스토리지' 기술 표준화를 위한 협업"이라고 이번 MOU의 취지를 설명했다. SSD 부문의 최대 고객사인 글로벌 서버업체들이 삼성전자의 기술표준을 채택할 수 있도록 SSD 생태계를 넓혀나가겠다는 의지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웨스턴디지털이 SK하이닉스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할 정도로 점유율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ZNS SSD는 기존 SSD보다 속도가 빨라지고 수명은 3~4배 이상 늘어나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적합하다. 사용 중에 성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신뢰성도 높다. 일반적인 SSD는 저장 용량이 꽉 차면 성능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때문에 예비공간인 OP(over-provisioning) 영역을 따로 둔다. OP 영역은 SSD에 데이터가 빼곡히 차더라도 성능 저하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ZNS SSD는 일반 SSD와 달리 OP 영역을 두지 않아도 된다.
삼성전자는 동시에 존 스토리지 기술 표준화를 준비 중이다. 웨스턴디지털과는 제품 모델 표준화,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모션 등에서 협력할 방침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존 스토리지 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의 처리와 보관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품질도 높일 수 있다”며 “표준화 경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웨스턴디지털과 긴밀히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가 SSD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삼성전자를 쫓아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인텔 낸드사업부 1단계 인수를 완료했다. 특히 인텔의 SSD 사업을 운영할 미국 신설 자회사의 사명을 솔리다임(Solidigm)으로 정했다. SK하이닉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출범하는 솔리다임은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반 SSD사업과 중국 다롄 팹(생산시설) 등을 자산으로 두게 된다. 시장 점유율이 6%인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면 SK하이닉스의 전체 낸드 점유율은 20%대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르게 된다. 기업용 SSD 시장에서도 기존 4위에서 2위로 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ZNS SSD 출시 당시부터 기업서버용에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SK하아닉스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낸드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0년 172억달러(20조4112억원) 규모였던 서버용 SSD 시장은 지난해 올해 191억달러(22조6602억원)까지 성장했다. 2025년에는 336억달러(38조8630억원)으로 약 40조원 시장이 될 전망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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