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30일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보고서에서 경기 하방 위험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며 “그런 리스크가 있으면 정책 결정이 쉽지 않은데, 이 세 가지 리스크가 모두 실현됐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에서 귀국한 뒤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인터뷰에서다.
이는 세 가지 리스크 요인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물가와 금융 불균형을 주로 언급한 이주열 한은 총재에 비해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적 발언이란 점에서다.
이 후보자는 특히 “한은의 지난 2월까지 (금리) 결정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면전 사태 등 새로운 변화가 국내 경제에 어떤 변화를 줄지 금융통화위원들 및 한은 전문가들과 얘기해 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은의 지난해 11월과 올 1월 금리 인상, 2월 경제 전망(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제시)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달라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연락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총재 후보 지명에 대한 소감을 묻자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이지만 전 세계 경제 여건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중책을 맡아 마음이 무겁다”며 “청문회를 통해 이 중책에 제가 적합한지 검증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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