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 될까, 한은 총재가 될까…갈림길로 들어선 이창용 [김익환의 BOK워치]

입력 2022-03-31 10:36   수정 2022-03-31 11:36


"여기 기자들이 왜 이렇게 많아?"
"컬링팀 팀킴이랑, 이창용이라고 한국은행 총재 될 사람이 온다나 봐."

지난 30일 오후 5시 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B게이트. 3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컬링 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둔 여자컬링 국가대표팀 '팀킴'을 기다리는 취재진이 절반이었다. 나머지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위한 취재진이었다.

팀킴과 이 후보자의 입국 시점이 오후 6시 전후로 비슷한 데다 입국 장소도 겹쳤다. 최근 한은의 금리인상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이창용 후보자도 팀킴 만큼이나 일반인 사이서 화제를 모으는 '셀럽(유명인)'이 됐다.

오후 6시20분께 팀킴이 우승 소감을 밝히고 기념촬영을 하고 난 직후 오후 6시 40분께 이 후보자가 입국장에 들어섰다. 미국에서 출국할 때는 크림색 조끼와 하늘색 리넨 셔츠를 입은 이 후보자는 입국장에 들어오기 전에 하얀색 셔츠로 갈아입고, 오렌지색 넥타이를 맸다. 총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처음 입국해 취재진을 만나는 만큼 격식을 갖췄다.

몰리는 취재진을 보니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 가운데 독보적 셀럽인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가 떠올랐다.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시장의 인기를 모은 그린스펀에 대한 가십기사도 많았다. 그의 가방과 옷차림이 유명해졌고 1990년대 후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스파이스 걸스와 함께 피플지에 실렸다. NBC 스타 기자인 안드레아 미첼과의 1997년 결혼식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한은은 이 후보자가 간단한 인사말을 한 뒤 바로 공항을 빠져나갈 것이라고 안내했다. 질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총재로 지명된 소감'과 '통화정책 운용 방침'을 묻는 취재진의 두 가지 질문에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한은의 지난 2월까지 (금리) 결정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면전 사태 등 새로운 변화가 국내 경제에 어떤 변화를 줄지 금융통화위원들 및 한은 전문가들과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위기 변수가 현실화한 만큼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들이다. 언론이 선호하는 간결하고 응축된 메시지였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실력은 물론 성품도 훌륭하다고 입을 모았다.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면서 그의 입국을 시장 참여자들도 반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대가 큰 만큼 그를 보는 눈높이도 높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와 미국 금리인상, 금융 불안정 등 금리인상 변수도 숱하게 많다. 인기 없는 정책에도 관여해야 할 수도 있다.

셀럽으로 자리매김한 그린스펀은 지나친 저금리를 용인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는 비판을 두고두고 받았다. 이 후보자가 주변 기대에 호응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총재로서 해야 할 역할에 매진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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