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ODM·OEM 수퍼호황…"원재료·재공품 증가율이 실적 힌트"

입력 2022-03-31 10:47   수정 2022-03-31 10:57

여행, 축제, 결혼식, 컨퍼런스… 사람들이 모이면 새 옷을 살 이유도 늘어난다. 패션 시장은 코로나19 이후를 준비 중이다. 북미와 서구권 패션 업체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의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

31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OEM 대표주 영원무역은 2.19% 내린 4만69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12.94% 오른 뒤 소폭 조정을 겪는 중이다. 한세실업은 이 기간 18.98% 올랐다. 핸드백 및 의류 ODM 대표주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1.33% 내린 2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올 들어서는 20% 넘게 올랐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이들 기업의 의류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발간된 사업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실적 증가를 보여주는 단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원재료와 재공품(공장에서 가공 중인 미완성품) 증가율이 일종의 선행지표라는 분석이다. 통상 의류 OEM 업체들은 패션 성수기인 4분기로 갈수록 원자재, 재공품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데 지난해 4분기에는 오히려 늘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영원무역은 지난 4분기 OEM 사업부에서 매출이 달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는데 직전 분기인 3분기 원재료, 재공품 재고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며 "지난 4분기 원자재, 재공품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75%에 달해 올해 1분기 수주도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는 매우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패션업체를 중심으로 텅텅 빈 창고를 채워넣느라 수주가 몰린 영향이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산업인 미국 의류·액세서리 재고는 여전히 코로나19 이전(2019년)의 9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증권가에서 예측하는 영원무역, 한세실업,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전년 대비 7.35%, 15.01%, 17.94%에 달한다.

물가가 오르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실적을 깎아먹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의 원재료 및 상품매입액이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0%, 60%에 달한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OEM 업체들은 최근 공급 우위에 따른 협상력 증대로 원가 상승분을 대부분 판매가에 전가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큰 부담이 없다"며 "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보니 인건비 상승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인데, 영원무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인력은 줄고 정보기술(IT) 접목 등 생산 효율화를 통해 이를 방어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다수의 중소형 OEM이 도산해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산업 재편이 이뤄진 것도 호재다.

환율 환경도 우호적이다. 연초 115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를 넘어섰다. 이달 중순에는 1240원대까지 치솟았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수출 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된다.

중국 코로나19 확산세와 이로 인한 봉쇄는 업체에 따라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의 경우 제조 공장이 중국 외 지역에 분산돼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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