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1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재한 143회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에서 건설노조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 건설현장 불법행위근절 TF의 후속 대책이다. 조합원 채용강요, 준법투쟁 명목의 공사진행 방해, 고의로 공기 지연, 노조발전기금 명목 금품 갈취 등 만연화한 건설노조의 범죄적 횡포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건설노조를 공정거래법 위반(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을 상반기 내 처리하고 선례를 마련한 후 동일한 위반 행위에 적극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전국 건설현장 불법행위 일제 점검을 연 2회 정기 실시하고, 건설기계 소유자가 사업장을 점유해 피해를 입히는 경우 건설기계 관리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제재규정 신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정부 근절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부산에서는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희건설 아파트 공사장 입구를 봉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조 소속 조합원 장비로 모든 건설기계의 교체하라는 요구다. 건설사 관계자는 "경찰을 불렀지만 수수방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책발표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도 건설기계 사업주들로 이뤄진 건설기계사업자협의회가 성명을 내고 "양대노총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에서 폭력과 협박을 일삼으며 비조합원들의 일감을 빼앗는 갑질 행위가 도를 넘었는데,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동법 상담 SNS에서도 올해들어 건설근로자가 취업 당일 건설노조 사람들이 현장으로 찾아와 자신에 대한 해고를 요구해 겁먹은 사업주로부터 퇴사를 권고당했다거나, 취업 직후 건설노조 가입 강요를 당했거나 건설현장 스피커 시위로 청력 손상을 입은 것을 산재로 처리가 가능한지를 묻는 등 건설근로자들의 민원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의 처벌도 여전히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채용절차법 위반을 이유로 한 과태료 6건(총 9000만원), 담합행위 1건에 대한 시정조치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 후속 대책에서 "건설업계 노사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지원하겠다"라는 자율해결 방침을 내세운 것도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감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월 대책 전까지 과태료 부과 사례가 거의 전무했고 건설현장 채용질서 신고센터의 활용 건수가 0건이었던 점에 비하면 개선의 낌새가 보인다"면서도 "건설노조의 횡포가 집단적인 형태로 물리력을 병행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단속 강화가 충분한 대책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불법행위가 건설현장에서 반복되고 굳어지면 건설현장 내 안전과 경쟁력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게 된다”며 “다음 정부에서도 정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는 건설현장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하고, 철저하게 법을 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5년 내내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않더니 정권 막바지에 와서야 법 개정과 단속을 예고한다"며 "다음 정부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고 꼬집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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